현대중공업의 그리스 컨테이너선 8척 수주, 대우조선해양 등의 미국 가스운반선 18척 건조, 한진중공업의 그리스 벌크선 1척 수출…. 이들 선박 건조·수주에 대한 선박금융으로 3억4000만 달러, 5억 달러, 2800만 달러 등이 각각 지원됐다. 지난 6개월여 동안 부산 문현동 BIFC 안 '해양종합금융센터'가 한 일이다.

BIFC 20~22층에 자리잡은 ‘해양금융종합센터’는 한국수출입은행, 산업은행, 무역보험공사 등이 연합군을 이뤄 국내 해양·선박·해양플랜트 등의 자금을 지원하는 일을 한다.

부산이 '동북아 해양·선박금융 허브'를 향한 시동을 걸었다. '해양금융종합센터'는 이 부산의 꿈을 이룰 엔진이다. 이 센터는 지난해 9월 출범했다. 한국수출입은행, 산업은행, 무역보험공사의 국내외 선박·해운·해양플랜트 부문 업무를 통합해 하나로 만들었다. 일종의 '해양금융 연합군'인 셈이다.

이 센터의 덩치는 크다. 한번 돈을 일으키면 대개 수천억원이다. 올해 수출입은행 해양금융본부는 대출 9조2500억 원, 보증 7조8000억 원, 투자 500억 원 등 총 17조1000억 원을 집행한다. 무역보험공사 해양금융본부는 수출보증보험 등에 5조1000억 원 규모의 목표를 세웠다. 산업은행 해양산업금융본부는 1조1000억 원 규모의 신규 선박펀드에 투자하기로 했다. 이 센터 전체의 해양금융은 대략 60~70조원 규모. 2017년까지 100조원까지 확대된다.

최성영 해양금융종합센터장(수출입은행 부행장)은 "우리 센터는 3개 금융기관이 서로 경쟁, 협력하면서 지원규모 확대·다양한 상품개발·맞춤형 금융제공 등을 통해 국내 조선·해운업계의 발전을 견인하고 부산을 명실상부한 '해양금융 허브'로 키우는 주춧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센터는 지역은행인 부산은행과 해양금융 활성화 업무협약을 맺거나 해양대·부산대 등 지역 대학과도 산학협력을 체결해 '해양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있는 중이다. 또 서울에 있던 이들 해양금융기관이 부산에 와 세계적인 조선 클러스터, 물류허브인 부산항 등 실물과 가까이 있으면서 생기는 부수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현장인 조선소, 선주들과의 교류가 빈번해졌기 때문. 수출입은행은 지난 1월 현대중공업이 수주한 싱가포르 BWLPG사의 가스운반선 7척에 대한 2억6700만 달러의 금융을 해줬다. 이는 지난해 11월 경남 통영의 한 중소조선사에 발주한 배 1척의 명명식을 위해 한국을 찾은 BWLPG사 관계자들이 이 센터를 2차례 방문하면서 성사됐다. 이 센터의 김형준 해양기업금융실장은 "그동안 50여명 이상의 외국 선주들이 거래 조선소를 찾았다가 우리를 방문해 비즈니스 상담을 하고 갔다"며 "금융이 실물과 가까이 있어서 얻는 이런 효과가 갈수록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양금융종합센터' 외에 해운·선박 금융의 리스크를 보완, 안정성을 높여주는 해운보증기구도 곧 출범한다. '한국해양보증㈜'다. 지난 연말 법인 설립을 끝내고 현재 BIFC 사무실 마무리 공사를 하는 한편 직원을 채용 중이다. 올 상반기 중 영업을 개시한다. 또 한국자산관리공사의 '캠코 선박운용'이 오는 상반기 중 부산으로 옮겨와 가동될 예정이다. 여기에 선박·항만장비 등의 현물·해양파생상품들을 거래하거나 해운시장 정보·운임지수 제공, 해운기업 비즈니스 등을 지원해주는 '한국형 해운거래소' 설립도 추진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