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부천 한 사찰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 부부 영정 앞으로 박 전 대통령의 유품이라고 하는 청자와 재털이 등이 놓여져 있다.

지난 17일 일반에 공개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신당동 사저에 연일 관람객이 모여들고 있다.
사저 내부에는 당시 생활상을 알려주는 탁자와 의자, 찬장, 선풍기 등이 전시돼 있지만 박 전 대통령이 쓰던 실제 유품이 아니다. 남아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유품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25일 경기도 부천의 한 사찰. 내부 한쪽에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영정이 걸려 있었다. 둘째 딸인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의 이름표가 붙어 있는 커다란 청자도 보였다. 박 전 대통령이 사용했다는 재떨이, 박 전 이사장이 어린 시절 용돈으로 받은 동전을 보관하던 작은 백자도 놓여 있다. 2011년부터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추모관을 운영하고 있는 이 사찰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휘호 20여점과 사진 100여점도 전시돼 있었다.

사찰 관계자 J모씨는 “박 전 이사장이 부모님의 유품이라며 직접 전해준 것들”이라면서 “박 전 이사장은 2012년 대선 전까지만 해도 이 사찰에 며칠씩 머무르다 가기도 했다”고 했다. 박 전 이사장이 남편인 신동욱 공화당 총재와 함께 법당에서 절을 하는 사진도 걸려 있었다. 박근혜·박근령·박지만·신동욱 이름이 쓰인 4개의 작은 불상 안에는 각각 100만원짜리 부적이 들어가 있다고 사찰 측은 전했다.

사정 당국의 한 소식통은 “신당동 사저에서 대형 박스 7~8개 분량의 박 전 대통령 유품이 반출돼 부천의 사찰에 보관 중이라는 첩보를 입수해 수거 대책을 고심 중”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사찰 관계자 J씨는 “이 절에 보관 중인 유품은 신당동 사저에 있던 유품들은 아니라고 들었다”고 했다. 유품 도난 우려 때문인지 사찰 곳곳에는 10여개의 CCTV가 설치돼 있었다. 박 전 대통령 가족이 1958~61년까지 살았던 신당동 사저는 2008년 문화재청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신당동 사저를 복원한 서울시 역사문화재과 관계자는 “2010년 박근령 전 이사장과 직접 성남에 있는 역대 대통령 기록관에 찾아가 신당동 유품을 찾아봤지만 청와대 시절 사용했던 물건들이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역대 대통령 기록관, 박정희기념관, 육영재단 등에 유품을 분산해 보관하는 과정에서 신당동 사저에 있던 유품도 제대로 관리가 안 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박근령 전 이사장의 남편인 신동욱 공화당 총재는 통화에서 "사찰에 있는 청자는 아내가 가지고 있던 것을 선물로 준 것뿐이지 박 전 대통령의 유품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재털이나 백자에 대해서는 모르겠다"고 했다. 신 총재는 "나도 들은 이야기지만 신당동 사저 유품은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처남 쪽에서 가져갔다고만 들었다"며 "아내 이름 앞으로는 1평의 땅도, 집도 없다"고 했다.

경기도 부천의 한 사찰 내부를 장식하고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각종 사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