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3월 26일 북한 연어급 잠수정이 북 잠수함 기지를 출항한 뒤 천안함을 어뢰로 공격했을 때의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 우리 해군 및 정보 당국 관계자들이 추정했던 시나리오가 공개됐다.

천안함 폭침 사건 당시 청와대의 천안함 대응 실무 태스크포스(TF) 책임자로 있었던 이종헌 전 청와대 행정관은 최근 천안함 의혹의 진상을 다룬 책자 '천안함 전쟁 실록-스모킹 건(Smoking Gun)'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천안함 폭침 재구성 정리 그래픽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2010년 3월 24일 비파곶 잠수함 기지를 출항한 연어급 잠수정은 25일 오후부터 천안함 경비 수역 외곽에 진입, 공격에 유리한 해저에 매복한 채 기다렸다. 이튿날인 26일 밤은 월광 81% 수준으로 달빛이 좋아 표적 탐지 및 식별이 비교적 쉬웠다. 백령도 방향으로 나아가던 천안함은 밤 9시 17분쯤 잠수정이 공격하기 쉬운 수심 50m 지점으로 접어들었다. 수심 40m 지점에서 공격 대기를 하고 있던 북 잠수정은 수심 10m까지 부상해 잠망경으로 천안함 불빛을 확인했다.

잠수정은 다시 잠항(潛航)한 뒤 수심 30m, 천안함으로부터 3㎞ 떨어진 지점에서 직경 533㎜ CHT-02D 중(重)어뢰 1발을 발사했다. 130t급인 연어급 잠수정은 좌우 발사관에 폭발 장약 250㎏, 길이 7.35m, 무게 1.7t인 CHT-02D 어뢰 2발을 장착하고 있었다. 어뢰는 시속 5.34㎞의 썰물을 가르며 시속 54㎞의 속도로 천안함을 향해 비스듬히 상승했다. 어뢰는 천안함의 스크루와 엔진에서 나오는 소음을 탐지해 가스터빈실 방향으로 진입, 가스터빈실 왼쪽 3m 아래, 수심 약 6~9m 부근에서 근접(近接) 신관이 작동해 정확하게 폭발했다.

폭발 몇 초 후 물기둥이 함 중앙을 치고 올라오는 모습을 보며 명중임을 확인한 잠수정은 서해 공해상으로 도주했다. 그 뒤 잠수정은 서해 공해상에서 공작 모선(母船)과 만난 뒤 30일 모(母)기지로 복귀했고, 이튿날 미 정찰위성에 의해 기지에 정박 중인 모습이 포착됐다.

이씨는 "천안함 폭침은 북한이 사전에 치밀하게 기획한 도발로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의 명령 등을 통해 이뤄진 군사작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