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그달 병장

미국 육군 검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 반군에게 5년간 갇혀 있다 풀려난 보 버그달 병장을 기소했다. 육군 측 대니얼 킹 대령은 25일 "버그달 병장이 중요하거나 위험한 임무를 고의로 피하기 위해 탈영한 혐의와 지휘부와 소속 부대, 주둔 장소 등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부적절한 처신을 한 혐의를 함께 받고 있다"고 밝혔다.

버그달 병장이 기소되면서 미국 내에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적극 추진했던 테러범과의 맞교환이 적절했느냐는 지적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참전 용사의 귀환'을 위해서는 상당한 대가를 지불할 수 있다는 상징성을 버그달 석방을 통해 보여주려고 했다. 그러나 실종 당시 그의 모호한 행적이 하나둘 드러나고 테러리스트와의 협상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 데 이어 버그달 본인까지 기소되면서, 오바마의 결정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더 커지고 있다.

공화당 등은 오바마 대통령이 버그달 석방을 위해 핵심 테러리스트를 5명이나 풀어준 것이 인질범이나 테러범과 '협상 불가'라는 미국의 원칙을 어긴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아프간 최후의 미군 포로'로 알려진 버그달 석방을 자신의 치적으로 삼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 과정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관타나모 수감자 석방 수칙도 어겼다고 야당 측은 주장한다. 구금자 석방을 위해서는 의회에 미리 통지해야 하는데 이 과정을 생략했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 측은 버그달 병장이 인질이 아니라 포로였고, 탈레반 지도자들도 일종의 포로였기 때문에 전쟁 상황에서 양측 간 포로 교환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버그달의 안전을 위해 의회에 관타나모 수감자 석방 통지를 불가피하게 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또 다른 논란은 석방한 탈레반 간부 1명이 카타르에 정착하고 나서 다시금 무장 세력과 합류해 전쟁터로 돌아갔다는 점이다. 미국 정부 측은 그럴 일이 없을 것이라는 약속을 받고 석방했다지만 현실은 달랐다. 야당은 수많은 생명을 위협했던 탈레반 전사를 오바마 대통령이 풀어준 셈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버그달 병장이 사라진 뒤 그를 찾기 위해 나섰다가 최소 6명의 미군 병사가 숨진 데 대한 책임론도 제기됐다. 맥 숀베리 연방하원 군사위원장은 "정부가 버그달을 석방하기 위해 협상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진상 파악을 했는지 알 필요가 있다"고 말했고, 존 매케인 연방상원 군사위원장은 "이번 군사재판은 버그달의 책임뿐만 아니라 오바마 정부의 책임도 함께 묻는 자리"라고 말했다.


☞버그달 사건

버그달은 2009년 아프간의 순찰 기지에서 사라진 뒤 아프간 반군에게 붙잡혔고, 쿠바 관타나모 기지에 수용돼 있던 탈레반 출신 테러 용의자 5명과 맞교환하는 형식으로 지난해 5월 풀려났다. 미군은 그를 지난해 7월, 현역병으로 재배치해 텍사스주(州) 샘 휴스턴 기지에 근무하게 했다. 이번 기소와 관련해 탈영은 최고 사형, 부적절한 처신은 종신형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미국 언론은 징역 5년에 불명예제대, 계급 강등, 급여 몰수 등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