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요거트 가게 망가뜨려 놓고, 본인은 대기업 요거트 광고 모델을 하다니 양심이 있나?”

종합편성채널 JTBC의 먹거리 검증 프로그램 ‘이영돈 PD가 간다’의 진행자 이영돈 PD가 공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악의적 편집으로 애꿎은 영세 요거트 가게를 폐업 위기로 몰아간 뒤, 자신은 방송을 통해 쌓은 인지도로 대기업 요거트 광고 모델이 됐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의 비판이 거세지자 JTBC는 26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이 PD가 출연하는 모든 프로그램( ‘이영돈PD가 간다’ ‘에브리바디’)의 방영을 중단한다. 이PD의 책임있는 입장 표명과 정확한 사실 관계 확인이 이뤄지면 적절한 후속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악마의 편집 논란… “PD로서 자격 있나?”

이 프로그램은 매 회 테마에 맞춰 음식점을 선정한 뒤, 검증단이 직접 음식점 음식을 먹어보고 평가하는 포맷이다. 문제는 지난 15일 방영된 ‘그릭요거트’(Greek yogurt) 편에서 터졌다. 방송에선 세 명의 검증단이 이 요거트를 판매하는 식당 제품을 먹어본 뒤 “디저트 같다” “텁텁하고 쓴 맛이 입맛 전체를 감싼다”며 등 부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건강식으로 통하는 그릭요거트로 불리기엔 자격이 없다는 뉘앙스였다.

방송 이후 이 가게 사장이 JTBC 시청자 게시판에 글을 남기면서 사태가 커졌다. 이 사장은 “이영돈 PD측에서 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가당’ 그릭요거트와 ‘무가당’ 그릭요거트에 대해 몇 번이고 물어봤다. 우리 가게는 그릭요거트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인 입맛에 맞춰 가당과 무가당 두 종류를 판매하고 있다. 그 중 ‘가당’ 그릭요거트만 먹어놓고는 몸에 해로운 것처럼 평가절하해놨다”고 주장했다.

이 사장은 이어 "왜 기분 나쁘게 영상은 뿌옇게, 하지만 다 보이게(어느 가게인지 식별 가능하게) 촬영을 하나. 만약 제작진이 의사를 물었다면 편집 따위 없이 전부 다 내보내라고 했을 것"이라면서 "그릭요거트는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면서, 우리 요거트는 뒤집어서 흔들어도 움직이지도 않는데 왜 그런 건 안 내보내느냐. 거짓말 한 번 못하고 살았는데 대체 왜 고객들에게 거짓말쟁이가 돼야 하느냐"며 울분을 토했다. 이 사장은 "답답한 마음에 이영돈 PD측 작가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고 전화도 걸었지만 받지 않아 이렇게 글을 남긴다"고 썼다.

이후 시청자의 비난이 빗발치자 이 PD는 22일 방송에서 "제작진의 실수로 무가당 요거트에 대한 테스트는 진행하지 않았다"면서 "해당 업체의 그릭요거트는 신맛은 덜하지만 그릭요거트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해명했다.

◇악의적 편집·방송 후 대기업 요거트 모델?

지난 25일, 이 PD가 광고 모델로 나선 대기업 롯데푸드의 요거트 제품 ‘베네콜’의 TV 광고가 공개됐다. 시청자들이 “일부러 자신이 광고 모델로 나선 제품을 띄워주려는 전략 아니었느냐”며 야유하는 이유다. JTBC는 26일 “방송 3일 후인 지난 25일, JTBC는 이영돈 PD가 식음료 광고의 모델로 출연했음을 알게 됐다. 이영돈 PD는 광고 계약 사항에 대해 사전에 JTBC에 어떠한 설명이나 내용 공유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JTBC는 탐사 프로그램의 특성상 연출자이자 진행자인 이영돈 PD가 특정 제품 홍보에 나서는 것이 부적절하며, 탐사 보도의 주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제품의 광고 모델로 나선 것은 공정한 탐사 보도를 원하는 시청자 여러분들의 기대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라고 덧붙였다.

이영돈 PD는 한 온라인 매체와의 전화 통화에서 “광고 모델로 활동해도 괜찮을 거라고 판단했는데 다 제 불찰”이라며 “그릭요거트를 아이템으로 다루며 이 시장 전체에 피해가 갔다고 할 정도로 파장이 컸던지라 타이밍도 좋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