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의 동갑내기 친구 헨리 키신저(91·사진) 전 미국 국무장관이 24일자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세계는 리콴유를 그리워 할 것이다(The world will miss Lee Kuan Yew)'라는 제목의 추도사를 실었다.

"그는 위대한 인물(Great Man)이었다. 그가 나의 가까운 친구였다는 것은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축복이었다. 막 시작된 혼돈 속에서 질서를 찾아야 하는 지금의 세상은 그의 리더십을 그리워 할 것이다."

두 사람은 1967년 처음 만났다. 리콴유가 초대 총리 취임 후 키신저가 교수로 있던 하버드대 행정대학원(지금의 케네디스쿨)을 찾았을 때다. 베트남전을 치르던 린든 존슨 당시 미국 대통령이 전범인지 아니면 정신병자인지를 놓고 교수들이 다투자 리콴유는 "당신들은 참 역겨운 사람"이라고 쏘아붙였다. 미국은 세계 질서를 이끌고 실천해야 하기 때문에 단단하고, 단합되고, 결연해야 하는데 뭐 하는 거냐는 지적이었다.

키신저는 그때 리 전 총리의 직관을 확인했다고 했다. 그는 "인구 100만명의 작은 도시국가 지도자가 앞으로 가장 양식 있는 세계적인 정치가가 될 것을 진작 알아챘다"고 말했다.

이후 두 사람은 50년간 우정을 쌓았다. 키신저 전 장관은 "우리는 최근까지도 각종 국제회의에서 만나 현안을 토론했다. 수백 차례가 넘는다. 중국의 급부상과 아시아의 안정적 질서를 위한 미국의 역할에 대해서도 오래전부터 의견을 주고받았다"고 했다.

키신저는 1인당 국민소득 500달러의 싱가포르를 5만5000달러로 끌어올린 '리콴유식 권위주의 통치'도 옹호했다. "지금의 미국 헌법 체계로 보면 뭔가 부족하겠지만, 미국도 건국 초기에는 재산에 따라 투표권을 주고 노예제를 운용했다"고 말했다.

키신저는 "리 전 총리는 부인이 식물인간 상태가 됐을 때 매일 저녁 아내의 침상 곁에서 책을 읽어줬고, 자신의 목소리를 부인이 알아들을 거라 확신했다"며 "아마도 이것이 리콴유가 이 시대에 했던 역할인지도 모른다"고 했다. "세상에 나타나는 증거들이 모호하다 할지라도 그것과 맞서 싸워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이 리콴유였다"는 것이다. 키신저는 "덕분에 많은 사람이 지혜를 얻었고, 절대 그를 잊지 못할 것"이라고 추모의 글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