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폭침 5주기가 지났지만 천안함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음모론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천안함 함장이었던 최원일 중령이 지난 22일 사건 발생 5년 만에 언론 인터뷰에 응했지만, 인터넷과 SNS 등에서는 그를 비난하며 천안함이 북한의 연어급 잠수정의 어뢰 공격으로 폭침됐다는 사실을 다시금 부정하는 글들이 줄을 잇고 있다.

최 중령은 인터뷰에서 “북한의 어뢰 공격이라는 민·군 합동조사단의 발표를 아직도 믿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는 질문에 “국내외 전문가들이 모든 역량을 집중해 과학적으로 검증했고 천만다행으로 어뢰 추진체를 발견했다. 조사 결과를 못 믿는다는 것은 정부와 군에 대해 맹목적으로 불신하는 일부 인사들이 진실을 왜곡해 선동하기 때문이다. 진실을 마주할 용기가 없는 것이 아닐까”라고 답했다.

그는 또 “믿고 안 믿는 것은 개인의 자유지만 적어도 천안함 장병과 가족들에게 상처를 주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2010년 4월 24일 인양된 천안함 함수가 바지선에 실려 평택 해군2함대로 옮겨지고 있다.

그러나 ‘진실을 믿지 않는 건 자유’란 그의 말이 실린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24일 오후 3시 현재 760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북한 소행이란) 증거를 대라. 고온의 열감지도 안 되는 어뢰 폭발도 있나” “어뢰에 맞았다면 순식간에 바다에 가라앉는데 해경에 좌초됐으니 구조 바란다고 연락한 건 뭔가” “그 큰 배를 두 동강 낼 만큼의 어뢰 폭발이라면 죽은 사람들이 적어도 고막이 찢어져서 코와 귀에서 피가 나오고, 살아있는 자들은 고막이 상해야 정상 아닌가” 등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를 불신하면서 최 중령을 비난하는 글들이 대부분이었다.

천안함은 폭침 당시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의혹과 각종 음모론이 뒤따랐다. 별다른 근거 없이 제기된 의혹들은 일부 인터넷 매체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천안함이 북한의 연어급 잠수정의 어뢰 공격에 의해 폭침된 것이 아니라 모래톱에 부딪혀 좌초된 뒤 미군 추정 함선과 부딪혀 침몰했다는 ‘좌초설’, 우리 군이 매설한 기뢰를 건드려 폭침했다는 ‘기뢰설’, 사고 당시 서해상에서 진행 중이던 한·미 합동훈련에서 아군(我軍) 잠수함과 충돌했다는 ‘잠수함 충돌설’ 등이 대표적이다.

민·군 합동조사단 활동이 마무리되고, 백서까지 발간돼 대부분의 의혹들에 대한 반론이 공개됐지만 음모론은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여전히 음모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정확한 시간에 정확한 장소에서 북한 잠수함이 쏜 어뢰가 움직이는 천안함을 탐지하고 추적해 버블제트(어뢰 등의 수중폭발에 따른 충격파와 물대포 효과)로 천안함을 침몰시킬 확률이 거의 없다”고 주장한다. 또 민·군 합동조사단의 수중폭발실험도 조작된 것이고, 쌍끌이어선의 그물로 발견된 북한의 어뢰 추진체도 조작된 증거라고 주장한다.

‘좌초설’을 제기해 재판에 넘겨진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는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침몰 원인이 북한의 어뢰 공격이라는 조사 결과를 믿지 않았다. 신씨측 변호인은 최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재판에서 군이 보안을 이유로 북한의 어뢰 설계도 일부만 공개하자, “국방부가 공개한 북한의 어뢰 설계도가 정말 북한의 것이 맞는지 의심스럽다”면서 설계도를 전부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또 국방부가 공개한 천안함 폭침 당일 열상감시장비 동영상도 믿지 못하겠다며, 현장 재검증을 요구했다.

천안함 폭침 당시 청와대 실무 태스크포스(TF) 책임을 맡았던 이종헌 전 청와대 행정관은 사건 발발 직후 청와대 움직임과 북한 소행이 아닐 수 있다는 의혹을 하나하나 짚고 이를 부인하는 책 ‘스모킹 건’을 최근 출간했다. ‘스모킹 건(Smoking Gun)’이란 ‘결정적 증거’를 말한다. 천안함 백서 발간에도 참여했던 그는 “천안함 사건은 좌초도 충돌도 아니다. 명백한 북한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그는 쌍끌이어선에 의해 발견된 북한제 어뢰 추진체는 북한이 수출용으로 만든 카탈로그에 나온 어뢰와 정확하게 일치하기 때문에 북한 소행임이 확실하다고 했다.

천안함 침몰 현장에서 수거된 북한산 어뢰 추진체.

그러나 천안함을 둘러싼 음모론은 여전히 수그러들고 있지 않다. 여기엔 정부의 미숙한 대응도 실마리를 제공했다. 최초 보고가 ‘좌초’로 보고됐고, 열상감시장비(TOD) 영상도 일부 공개한 뒤에 언론 보도를 통해 의혹이 터져나오자 비로소 전체를 공개하는 등 늑장 공개로 의혹을 키웠다. 이 전 행정관은 “천안함 폭침이 아직도 북한 소행이 아니라고 믿는 사람들은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믿고 싶은 것만을 진실로 받아들이고자 한다”고 했다.

천안함 함장이었던 최원일 중령은 천안함 폭침 원인에 대한 논란이 여전하단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진실을 숨기면 바로 언론과 인터넷에 제보가 되는 세상이다. 정부와 합동조사단이 진실을 숨겼다면 5년이 지난 지금까지 감출 수 있었을까. 전역 장병을 포함해 천안함 장병 중 사실이 아니라고 말하는 장병은 단 한 명도 없다. 천안함을 어뢰로 공격한 적들은 웃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