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민 디지털뉴스본부 전략팀장

2월 말 스마트폰 메신저 앱으로 받은 한 장의 여성 드레스 사진은 팀에서 곧 논란거리가 됐다. 대체로 어둡긴 하나 분명히 금색 레이스가 달린 흰색 치마였다. 그런데 다른 이들은 검은색 레이스의 푸른색 치마라고 주장했다.

이 사진은 미국의 화제성 뉴스 사이트인 버즈피드가 인터넷에서 발굴해 전 세계를 돌았다. 우리의 망막은 빛의 파장에 따라 색을 인식하는데 사람마다 맛·냄새를 인식하는 정도가 다르듯이 색이 경계선상에 있는 경우도 완전히 의견이 갈린다고 한다. 버즈피드가 대규모 클릭을 거뒀는지는 몰라도 왜 그런지에 대한 설명은 IT 전문 웹사이트인 와이어드가 내놓았다. 금색과 검은색이, 흰색과 푸른색이 헷갈리다니! 사람들이 서로 공방(攻防)을 벌인 흥분의 정도는 곧 있을 청와대 비서실장 인선(人選) 하마평을 눌렀고, 그날 있었던 헌법재판소의 간통제 폐지에 버금갔다.

이런 현상은 읽으면 지식이 될 묵직한 정보와 뉴스를 담은 종이신문과 남 보기에 민망한 사진이 표지를 장식한 C급 주간지가 손안에서 함께 이목(耳目) 끌기 경쟁에 나서면서 예상된 일이었다. 버스에서 옆 사람의 스마트폰 화면을 엿보면 대부분 메신저 앱이거나 드라마, 게임, 연예·스포츠 뉴스다. 여성을 위한 포르노 소설이라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Fifty Shades of Grey)'의 킨들 전자책 판매량이 종이책보다 6배나 더 많은 것도 같은 이유다.

그러나 젊은 세대가 심각한 뉴스를 멀리한다는 근거는 없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4년 언론수용자 의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30대 100명 중 95명은 온·오프라인을 통해 전통적인 신문 기사를 읽는다. 이달 나온 미국 언론인협회의 18~34세 밀레니엄 세대 습관 조사에서도 88%가 페이스북에서 종종 언론사나 지인(知人)이 추천한 뉴스를 읽으며 일단 관심이 생기면 해당 뉴스 웹사이트를 찾아가거나 검색을 통해 추가 정보를 얻는다고 했다. 손안에서 이용자의 이목을 끄는 경쟁이 심해졌지만 뉴스 수요 자체가 줄어든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뉴스가 디지털로 가면서 텍스트는 좀 더 간결해지고 사진·동영상과 같은 비주얼(visual) 요소, 퀴즈와 같은 흥미 요소가 강해진 것은 사실이다.

이런 면에서 세계적인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움직임은 주목할 만하다. 물론 이코노미스트도 매일 아침 뉴스를 간결하게 요약해 전달하는 앱을 선보였고, 비주얼 요소를 강화했다. 그런데 이코노미스트의 종이잡지 구독자는 디지털 유료 구독자보다 연령대가 낮다. 언론사들의 일반적인 구독자 연령 분석과는 반대다. 이코노미스트의 주장은 이렇다. "우리도 밀레니엄 세대를 의식하지만 우리의 타깃은 전 세계 일에 민감하고 도전적인 진취적 성향의 독자다. 이들을 위해 고급 콘텐츠를 생산한다." 즉 자사의 타깃 독자를 인구·연령별 측면이 아니라 개성과 태도·가치관 등 심리학적 기준으로 접근한다는 것이다.

전통적 언론사들이 주목해야 할 것은 젊은 층의 뉴스 소비성향을 파악하는 것 못지않게 더 차별적인 고급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손안의 모바일 기기 속 여러 가지 소음에 묻히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자 결코 소멸되지 않을 언론사로서의 사명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