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인권 업무 체험과 경력 개발 기회를 갖고자 하는 분들을 대상으로 인턴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인턴 제도는 무보수로 운영되는 반면 인권이슈에 대한 정보습득 기회와 위원회에서 주관하는 각종 인권 관련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여름 국가인권위원회의 인턴모집 공고다. 인턴 제도는 무보수로 운영된다는 내용이 모집 공고 서두에 나와 있다. 또 ‘급여: 무급’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있다. 2001년 말 출범한 인권위는 현재까지 모든 인턴을 무보수를 전제로 채용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인권위 인턴에 보수가 지급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인권위가 인턴 운영에 관한 지침(예규)을 전면 개정해 인턴에 대한 보수를 신설했기 때문이다. 해당 예규는 지난 17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는데, 오는 6월에 있을 하계 인턴 모집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지침에는 ‘인턴의 보수는 유급을 원칙으로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인권위 관계자는 “최저임금에 준해서 보수가 지급될 것”이라고 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2014년 하계인턴쉽 공고문. '인턴은 무보수로 운영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런 변화는 작년 말 이른바 '열정(熱情)페이(pay)' 논란 때문으로 보인다. '열정페이'는 청년 인턴이나 수습(견습)생의 노동력을 무급·저임금으로 착취하면서 '당신의 열정을 사겠다'는 말 등으로 이를 포장하는 것을 빗댄 말이다.

그동안 인권위의 ‘인턴운영에 관한 지침’에는 ‘인턴에 대한 보수는 지급하지 않는다’고 돼 있었다. 다만, 부득이하게 일시적으로 외부에 용역을 의뢰할 사항을 수행하거나, 근무 시간 외 활동을 하게 될 경우 예산의 범위 내에서 사례비 등을 지급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이 있을 뿐이었다. 이 인턴 운영 지침 자체는 2008년부터 작년 6월까지 6차례 개정됐지만, 무보수 부분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그러다 이달 들어 개정된 것이다.

인권위의 무급 인턴 채용에 대한 비판은 이전에도 있었다. “다른 곳도 아닌 인권위에서 인턴을 무급으로 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인권위 측은 “(인턴 제도가) 근로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인권체험과 경력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급여를 책정하지 않는다”고 해명해왔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열정페이’ 논란이 이어지면서 인권위도 인턴 보수를 유급으로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기관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대학원생 엄모(27)씨는 “인권위가 이제라도 인턴을 유급으로 채용한다니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면서 “다른 공공기관들도 이제는 인턴제도를 개정해 유급으로 바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