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에서 PK(부산·울산·경남) 위기론이 나오고 있다. PK는 1990년 3당 합당 이후 여권(與圈)의 아성이었다. 지난 19대 총선에서도 PK에 걸린 총 40개 의석 중 새누리당은 36곳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최근 PK에서 새누리당 지지율이 서울과 비슷한 수준까지 떨어졌다. 반면 새정치연합 지지율은 급등하면서 여당 내부에선 "PK의 내년 총선이 위험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2012~2015년 4년간 실시된 3월 둘째 주 한국갤럽의 주간 여론조사를 보면 이 같은 추세는 잘 드러난다. 2012년 새누리당의 전국 지지율은 29%였지만 PK에선 36%였다. TK(대구·경북, 45%)보다는 낮지만 서울(28%)보다는 높았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 출범 이후 분위기는 달라졌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간 3월 둘째 주 새누리당의 전국 지지율은 공교롭게도 41%로 모두 똑같았다. 그러나 같은 기간 PK의 지지율은 52%(2013년)→48% (2014년)→42%(2015년)로 10%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TK 지지율은 56%→57%→57%로 큰 변화가 없었다. 서울의 경우 34%→41%→42%로 소폭 올랐다. 3년 만에 PK와 서울의 새누리당 지지율(42%)이 같아진 것이다. 올해 3월 둘째 주 PK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40%로 전국 평균(39%)과 별 차이가 없었다.

반면 새정치연합에 대한 지지율은 급등했다. 2012년 3월 둘째 주 PK에서 민주통합당(현 새정치연합) 지지율은 20%로 전국 평균(27%)보다는 7%포인트, 서울(30%)보다는 10%포인트 낮았다. 그러나 2015년 3월 둘째 주 PK의 새정치연합 지지율은 26%로 전국 평균(26%)과 같고, 오히려 서울(23%)보다 높았다.

이 같은 현상은 차기 대권 주자 선호도에서도 드러난다. 3월 둘째 주 갤럽 조사에서 PK 지역 1위는 부산에 지역구를 둔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로 28%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같은 부산 지역구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지지율은 7%로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10%, 부산 출신), 박원순 서울시장(9%, 경남 출신)과 비슷했다. 김무성·문재인 대표의 양자 대결을 가정했을 때도 김 대표는 전국·PK에서 모두 33%를 기록한 반면 문 대표는 전국 50%, PK 53%였다.

한국갤럽 장덕현 부장은 "문 대표의 부상이 PK에서 새누리당 지지 기반을 흔들고 있는 면도 있다"고 했다. 명지대 김형준 교수는 "지역 구도가 약해진 것도 있지만, TK 출신인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을 거치면서 상대적으로 PK의 소외감이 강해진 것도 큰 이유"라며 "새누리당에서 어떤 대권 후보를 내세우느냐, 어떤 정책을 펼치느냐에 따라 PK 민심은 앞으로도 계속 출렁거릴 수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에선 "우려했던 PK의 수도권화(化)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반응이다. 새누리당 산하 연구기관인 여의도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영남 출신 수도권 거주자들이 과거 대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는 37.3%의 지지를 보냈지만, 문재인 의원에게는 50.6%의 지지를 보냈다"며 "지역과 수도권 민심의 상호작용이 커지면서 PK에서부터 지역 구도가 이완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