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화재보험이 2014년 결산으로 400억원을 배당했다. 순이익은 2013년 1353억원에서 1127억원으로 17% 줄었으나 배당금은 반대로 322억원에서 400억원으로 24% 늘어났다. 순이익 가운데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율을 가리키는 배당성향이 35.5%로 다른 상위 5대 손해보험사들보다 10%포인트 이상 높다.

메리츠화재 배당금의 절반인 200억원은 지주회사인 메리츠금융에 돌아갔다. 메리츠금융은 이를 기반으로 120억원을 배당했고, 오너인 조정호 회장 일가가 그중 85억7000만원을 가져갔다. 결국 메리츠화재는 실적이 나빠졌는데도 오너 일가를 위해 이례적 고배당을 한 꼴이 됐다. 조 회장은 메리츠증권서도 7억여원을 배당받아 배당 수입을 모두 93억원 올렸다.

문제는 메리츠화재가 실적 부진을 이유로 강력한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가운데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메리츠화재는 작년 말 사장을 비롯한 임원 15명을 전격 해고했다. 지난 2월에는 희망퇴직을 통해 전 직원의 15%에 해당하는 406명을 내보냈고, 임원 연봉을 20% 삭감했다. 임직원들에게는 고통 분담을 강요하면서 오너만 배당금을 두둑하게 챙긴 것이다.

조 회장은 지난 2012년 메리츠금융·메리츠화재·메리츠증권에서 연봉을 모두 89억원 받은 데 이어 메리츠금융에서 배당금 47억원까지 챙기면서 큰 논란을 불렀다. 당시 메리츠금융의 순이익이 전년보다 68%나 줄었는데도 조 회장이 두둑한 급여와 배당을 받은 데 대해 여론이 따가웠다. 그래서 조 회장은 메리츠금융 회장직에서 물러났다가 9개월여 만에 복귀하기도 했다.

메리츠화재의 고배당은 정부의 배당금 확대 정책과도 관련이 있다. 다른 상장사들도 배당금을 늘리는 추세다. 그러나 실적 악화를 이유로 임직원들에게는 구조조정의 칼날을 휘두르면서 오너는 배당금을 더 받아 가는 것은 염치없는 일이다. 재벌 오너에 대한 국민의 눈길이 차가워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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