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는 크게 6가지다. ①각 면의 테두리 인쇄 상태가 삼성출판박물관 소장본(목판본)은 깨져서 틈이 많은데 같은 부분에서 이 판본은 틈 없이 멀쩡하고 ②이 판본은 활자마다 높낮이가 달라서 같은 글자에도 농담(濃淡) 차이가 심한데 이는 금속활자본의 특징이며 ③조판 기술이 미숙해 활자가 밀려 움직인 흔적이 선명하고 ④쇠똥 자국이 뭉쳐 있고 ⑤쇠가 녹으면서 쇳조각이 붙은 철편이 보이며 ⑥일부 글자는 먹이 찍히지 않아 보사(補寫·새로 칠한 것)한 글자가 많고 한 개의 활자에도 높낮이가 달라 먹이 묻어나지 않아서 획에 가필한 흔적이 많다는 것이다. 박 원장은 "목판본은 평평해서 먹이 골고루 찍히고, 활자가 밀리거나 철편 현상은 생길 수 없다"고 했다.

'남명천화상송증도가' 두 판본 활자 비교

"최이의 발문을 잘못 해석"

박 원장은 "1984년 '증도가'를 보물로 지정하면서 최이의 발문을 잘못 해석한 것이 문제"라고 했다. 발문 중 '於是募工 重彫鑄字本 以壽其傳焉(어시모공 중조주자본 이수기전언)'을 "그래서 각공(刻工)을 모집해 '주자본을 바탕으로 다시 판각해서' 길이 전하게 한다"라고 해석해왔으나 "이에 공인(工人·각수)을 모아 '주자(鑄字·금속활자)로 다시 새겨(重彫)' 책을 만들어 오래도록 전해지게 하고자 한다"라고 해석해야 한다는 것. 즉, 최이의 발문은 "주자본을 목판본으로 다시 새겼다"는 뜻이 아니라 "'주자본 증도가'로 다시 새겨 오래 전하게 하고자 한다"는 내용이라는 주장이다. 다시 새긴 것은 주자본 증도가라는 것이다.

서지학자인 조형진 강남대 교수는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금속활자의 쇠똥 자국이 아니라 먹을 칠한 붓솔의 부스러기가 붙은 흔적일 수도 있다. 같은 활자를 재사용한 흔적을 찾으면 활자본이라는 결정적 증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박 원장은 이 같은 내용을 오는 21일 열리는 보조사상연구원 제110차 정기 월례 학술대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