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서면 복개로와 서면 1번지 일대. 바람만 불면 길바닥에 버려진 술집·음식점·마사지 가게 등을 광고하는 전단 수십 장이 이리저리 굴러다녔다. 담배꽁초는 너무 많아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발에 밟혔다. 음식물 쓰레기 냄새 등 악취가 진동해 행인들은 바람이 불 때마다 손으로 코와 입을 가렸다.

거리 군데군데에 아이스크림 통, 각종 캔과 종이컵 등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집 없는 고양이들이 먹을 것을 찾아 쓰레기 더미를 뒤지고 있었다. 인도에 있는 전압기 위에는 버려진 일회용 커피잔들이 도열하듯 세워져 있었고, 버려진 마른 명태도 보였다. 인근 결혼식장을 찾아 광주광역시에서 왔다는 50대 남성은 “서면이 번화가라고 해서 기대했는데 쓰레기 때문에 실망했다”고 했다.

부산의 대표 번화가인 서면에서 쓰레기 대란이 일어났다. 이 지역을 관할하는 부산진구가 길에 각종 쓰레기를 버리는 시민들이 각성하고 자제하기를 바란다는 의미에서 지난 14일부터 사흘 동안 서면 복개로와 서면 1번지 등 900여m 구간의 쓰레기를 치우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서면은 음식점과 주점, 상점 등이 밀집해 많은 시민과 관광객이 찾는 ‘서울의 명동’과 같은 곳이다. 전중섭 부산진구 청소행정계장은 “많은 고민 끝에 청소를 일시적으로 중단하게 됐다”고 했다. 평소 주말, 이 거리에서 수거되는 쓰레기는 3t가량이다.

15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서면 거리에 치워지지 않은 쓰레기가 나뒹굴고 있다. 이 지역을 관할하는 부산진구가 길에 쓰레기를 버리는 시민들의 각성을 촉구하기 위해 14일부터 사흘간 서면 복개로와 서면 1번지 등 900여? 구간에 버려진 쓰레기를 치우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쌓인 쓰레기는 사흘 후인 17일 지역 단체와 주민들이 함께 ‘봄맞이 대청소’를 벌여 치울 예정이다.

구청이 청소를 중단한 지 하루가 지난 이날, 거리의 화단도 쓰레기장으로 변해 있었다. 껌이며 먹다가 만 막대사탕, 담배꽁초 등 쓰레기가 수북했고, 나뭇가지 사이에 빈 음료수 병을 쑤셔넣어 놓은 모습도 보였다. 초등학생 자녀와 점심식사를 위해 서면을 찾았다는 주부 임모(43)씨는 “자기 집 앞이면 이렇게 버리겠느냐?. 공중도덕이 사라졌다”며 손가락질을 해댔다.

이런 와중에도 담배꽁초를 길에 버리는 시민들이 보였다. 일부 상인은 자신의 가게 앞 쓰레기를 치워 한곳에 쌓아 두기도 했다. 회사원 김모(35)씨는 “너무 깨끗하고 버릴 곳이 없어 손에 3시간이 넘도록 과자 봉지를 들고 다녔던 외국에서의 추억이 생각난다”며 “정말 부끄러운 상황”이라 했다.

반면 한 시민은 “모든 시민이 쓰레기를 버리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청소를 하지 않아 많은 시민을 부도덕한 것처럼 만들고, 쓰레기로 인한 피해와 불편을 주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고 구청을 비판했다. 인근 한 업주는 “일시적으로 지저분해진 거리를 접한 외지인에게 서면 이미지만 실추될 수 있고, 잠시 쓰레기가 줄어들 수 있지만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진 않는다”면서 “단속 등 실질적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이라 했다.

실제 부산진구는 2012년 9월 10일 하루 동안 서면의 또 다른 거리를 하루 동안 청소하지 않는 ‘충격 요법’을 사용한 적이 있었다. 당시 하루 만에 각종 쓰레기 4.5t가량이 길에 쌓여 쓰레기 투기가 잠시 줄어들었지만, 그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다.

이번에 사흘 동안 쌓인 쓰레기는 17일 지역 단체와 주민 등이 함께 ‘봄맞이 대청소’를 벌여 치울 예정이다. 하계열 구청장은 “제발 이번을 계기로 자신이 무심코 버린 작은 쓰레기가 얼마나 거리를 더럽게 하는지 깨우치면 좋겠다”면서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단속 강화와 교육 등 후속 조치들도 마련할 것”이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