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소설 ‘익사(溺死)’의 주제는 ‘아버지의 죽음’이다. 나는 소설 속 아버지를 통해 천황 이데올로기에 빠진 전체주의 일본의 어른들을 그리려고 했다. ‘아버지는 틀렸다’고 생각하는 전후(戰後) 민주주의 사회의 일본인들이 어떻게 고민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그려봤다.”

노벨문학상 수상 소설가 오에 겐자부로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80)가 소설 ‘익사’의 한국어판 출간을 맞아 13일 서울 홍대앞 북카페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익사’는 2009년 발표한 장편이다. ‘아버지’는 천황 궁전을 자폭(自爆) 공격하는 거사를 구상하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 채 익사한다. 오에는 “아버지는 전형적인 천황주의적 인간”이라며 일본 우익의 초상을 그렸다. “그 아버지는 패전이 뻔해지자 ‘천황과 함께 죽겠다’고 생각한다. 천황의 죽음으로 인해 패전을 일찍 받아들이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그때까지 일본의 멸망을 뜻한다. 일본에선 ‘불경(不敬) 문학’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나는 패전 후 민주주의 사회를 살아온 사람으로서 소설을 썼다.”

오에는 이 소설을 통해 일본 사회의 여성 차별이 종군위안부 문제의 원인이라고 했다. “여성 경시는 ‘폭력적 남성 같은 천황 절대주의’가 근대 이후에도 여전했기 때문이다. 국가를 위해 여성을 희생시켜도 좋다는 생각이 종군 위안부를 낳았다. 일본 여성뿐 아니라 식민지 여성도 동원됐다. 일본 정부가 충분히 사죄했다고 생각할 수 없다. 국가가 사죄하고 배상해야 한다. 그것을 부정하는 것은 일본이 여전히 여성을 무시하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가 사죄할지 의문이지만, 일본 국민의 사죄 의식은 강하다. 일본이 여성 폭력을 정당화했던 후진성을 인정해야 한다.”

오에는 “나이 팔십이 되면서 소설 쓰기는 종료했다”며 “앞으로는 소설과 에세이의 중간 형식인, 소설적 색채가 강한 에세이를 많이 쓰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