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나라인 일본은 예로부터 대륙으로 진출하고 싶은 욕망이 강했다. 일본을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야욕은 조선보다는 명을 향해 있었다. 지난주 KBS 사극 '징비록'에서는 서서히 임진왜란의 암울한 그림자가 더해져가는 모습이 그려졌다. 임진왜란은 이미 일어난 사실이기에 결과는 뻔히 알고 있지만, 전쟁이 일어나기까지 두 나라 사이에서 일어났던 외교적 신경전이 극의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

◇ 정명향도(征明嚮導) VS. 가도입명(假途入明)

​조선통신사로 왜에 다녀온 부사 김성일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툭 튀어나온 이빨과 못생긴 얼굴, 그리고 천박한 웃음 때문에 그를 하찮은 인간으로 평가절하했다. 하지만 실은 정사 황윤길이 본 것처럼 그는 탐욕이 가득차고 지략이 뛰어난 인물이었다. 실제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생각한 진짜 상대는 조선이 아니라 대륙의 명나라였다. 그러했기에 조선의 사절단이 와도 그들을 환대하지 않고 오히려 오만방자한 태도로 일관했으며, 선조에게 보낸 국서 또한 입조(入朝, 상국의 조정에 신하로 들어오라는 의미)하라는 내용을 담아 무례함을 보였던 것이다.

조선통신사가 돌아간 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다시금 대마도주를 압박해 조선에게 길을 터줄 것을 요구했다. 그 때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사용한 단어가 바로 정명향도(征明嚮導), 즉, 명을 치려하니 길을 안내하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대마도주는 조선과의 관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기에 그 단어를 가도입명(假途入明), 명으로 가려하니 길을 빌려달라고 애써 돌려 전달하게 된다.

'정명향도'를 '가도입명'으로 고칠 것을 모의하는 대마도주와 고시니. 출처: KBS 화면캡처

하지만 이미 왜의 무례함으로 진노하던 조선이 이런 제안을 받아들일리가 없었다. 선조나 조선의 신하들보다는 오히려 대마도주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기어이 전쟁을 일으킬 것을 알았던 일본의 일부 장수들만이 노심초사할 뿐이었다.

이번주 '징비록'은 전쟁의 암운이 서서히 닥쳐오는 조선이 그려질 것으로 보인다. 또, 이순신 장군이 등장할지, 만약에 등장한다면 누가 캐스팅되었을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