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는 8일 "이번 사건은 저 자신은 물론이고 미국에 대한 공격"이라며 "이번 사건을 슬기롭게 극복해 한·미 동맹을 더욱 공고히 하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자신이 입원 중인 서울 신촌세브란스 병원으로 찾아온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 병문안 2시간 뒤에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도 입원실을 찾아 20여분간 대화를 나눴다.

리퍼트 대사 빠른 회복세… 이르면 내일 퇴원 - 지난 5일 괴한으로부터 습격당해 입원 치료 중인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측은 8일 “실밥을 뽑고 이르면 10일 퇴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리퍼트 대사는 오른쪽 뺨을 80여 바늘 꿰맸고, 왼손에 신경접합술을 받았다.

김 대표는 리퍼트 대사에게 "이번 사건은 종북 좌파들이 한·미 동맹을 깨려는 시도였지만 오히려 한·미 동맹의 굳건함을 확인하고 더 결속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리퍼트 대사는 "미국에는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한·미 동맹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쾌유하고 소주나 한잔하자"고 하자 리퍼트 대사는 "absolutely(물론입니다)"라고 답했다. 리퍼트 대사는 "첫날에는 무서웠는데 차분하게 대응하면서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칼이 신경에 미치지 못했는데 잘 대처를 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어 면담한 문재인 대표는 리퍼트 대사에게 "대사께서 침착하고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우리 국민에게 '함께 갑시다'라고 오히려 위로해주셔서 감동을 받았다"며 "대사의 그런 모습은 평소 한국과 한국민에 대한 애정을 배경으로 한 것 같아 더욱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우리 속담처럼 한·미 관계도 더 굳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리퍼트 대사는 "당 대표 당선 이후 처음 뵈었는데 당선을 축하드린다"며 "이번 사건이 양국 관계를 손상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지는 데 도움이 되도록 여당과 야당이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전병헌 최고위원은 "전 국민이 대사의 존함과 아들 세준이의 이름을 다 알게 됐다"고 하자, 리퍼트 대사는 "평소 잠을 잘 안 자던 아들이 내가 입원한 뒤로 오히려 잘 잔다고 한다"고 말해 참석자들이 크게 웃었다고 한다.

김무성(위 사진)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아래 사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8일 서울 신촌세브란스 병원을 찾아 입원 중인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와 악수하고 있다. 김 대표와 문 대표는 이날 2시간 차이를 두고 리퍼트 대사를 문병했다.

국방부는 이날 한민구 국방장관이 지난 6일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에게 이번 사건에 대한 유감과 위로의 뜻을 담은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새누리당)도 7일 미국의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과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 앞으로 위로의 서신을 보냈다.

리퍼트 대사는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윤도흠 세브란스병원장은 이날 "혈압·체온도 모두 정상이고 염증도 없다"며 "오늘 새벽 손목 통증으로 잠이 깬 후 진통제를 맞은 이후 잠을 잘 잤다"고 밝혔다. 리퍼트 대사는 9일 밤 실밥을 제거하고, 이르면 화요일(10일) 오전 퇴원할 것이라고 의료진은 밝혔다. 대사는 샤워도 하는 등 큰 무리 없이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의 부인 로빈(왼쪽) 여사가 7일 병원이 제공한 갈비탕을 살펴보고 있다.

수술 이후 병원에서 서양식을 해온 리퍼트 대사는 7일 점심 갈비탕을 시작으로 한식(韓食)을 먹고 있다. 8일 아침식사도 한식이었는데, 치즈 오믈렛을 추가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버트 오그번 주한 미 대사관 공보 참사관은 "대사가 김치를 드셨더니 더욱 힘이 나신다고 했다"고 말했다. 한편 병원관계자에 따르면, 리퍼트 대사는 피습 당일 수술에서 깨어난 뒤 영어가 아닌 한국말로 "마비된 건가요?"라고 첫 마디를 했고, 주위 의료진에 "(나) 괜찮나요?"라고 자신의 상태를 물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리퍼트 대사는 또 워싱턴 포스트 기자 출신인 돈 오버도퍼 존스홉킨스대 교수가 한국 현대사와 북핵 위기 등에 대해 쓴 책 '두 개의 한국(The Two Koreas)'을 정독하고 있다. 오그번 공보참사관은 "대사가 예전에도 이 책을 읽은 적 있지만 다시 한반도 역사, 지금 한국에 있었던 일을 복기한다는 차원에서 읽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