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코틴이 안 들어 있는데 어딜 봐서 이게 담배라는 겁니까?"

서울 중구 공무원 A씨는 최근 서울시청 주변에서 흡연 단속을 하다 전자 담배를 피우던 20대 남성과 한바탕 실랑이를 했다. 이 남성은 '니코틴이 함유되지 않은 전자 담배는 단속 대상이 아니지 않으냐'며 강하게 항의했던 것이다.

A씨는 "일단 과태료를 부과받고 15일 안에 니코틴이 함유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구청에 와 증명하면 과태료가 취소된다"고 말했지만, 그 남성은 "지금 피운 전자 담배에 니코틴이 들어 있지 않다는 것을 그때 가서 어떻게 증명하느냐"며 끝내 신원 밝히기를 거부했다. A씨는 결국 이 남성을 돌려보냈다.

금천구 공무원 B씨는 반면 최근 금천구 가산동 한 건물 안에서 전자 담배를 피우던 30대 남성을 단속해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 흡연자 역시 "내 전자 담배에는 니코틴이 들어 있지 않다"며 처음엔 거부했지만, B씨가 "일단 과태료를 부과하는 게 원칙"이라고 설명하자 결국 단속에 응했다. B씨는 "전자 담배를 단속할 때마다 시비가 벌어져 피곤하다"고 말했다.

금연 구역 내 전자 담배 흡연 단속을 두고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담뱃값이 뛰면서 전자 담배 이용자는 급증했지만, 전자 담배 단속 규정이 명확하지 않은 탓이다.

전자 담배에 니코틴이 들어 있는지에 따라 단속 여부가 결정되지만 니코틴 함유 여부를 현장에서 판정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단속 현장에선 버티면 단속을 피하고 순순히 응하면 과태료를 무는 상황이 잇따르고 있다. 주로 적발되는 경우는 20~30대 젊은 흡연자다. 담뱃값이 오르면서 돈을 아끼려는 젊은 층에서 전자 담배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현행 담배사업법상 담배는 '연초의 잎을 원료의 전부 또는 일부로 하여 피우거나, 냄새 맡기에 적합한 상태로 제조한 것'이기 때문에, 니코틴이 함유되지 않은 전자 담배는 '담배 대용품'으로 분류될 뿐 단속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색상이나 연기, 냄새 등 외관상 차이가 없고, 니코틴을 즉석에서 식별하는 장치도 보급되지 않아 현장에서 이를 판가름할 방법이 없다.

한 지자체 단속 공무원은 "단속 현장에서 계속 이런 잡음이 생겨 복지부에 지침을 내려달라고 수차례 얘기를 했지만 아직 그 문제를 복지부도 못 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각 지자체는 금연 구역 내에서 전자 담배를 피우는 사람에게 니코틴 함유 여부와 상관없이 일단 10만원 과태료를 부과하고, 15일 이내에 니코틴이 들어 있지 않았다는 증명 자료를 제출하면 이를 취소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니코틴 무함량'을 증명할 만한 객관적 자료가 규정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세계보건기구(WHO) 등에서는 전자 담배에서 나오는 연기는 단순 수증기가 아니고 발암성 물질을 많이 뿜어내기 때문에 니코틴이 포함된 전자 담배와 같이 규제하고 있다"며 "우리도 같은 관점에서 무니코틴 전자 담배를 규제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단속이 체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대안을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