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분단 70년, 한·일 국교 정상화 50년을 맞은 올해 3·1절 기념사를 통해 북한과 일본에 각각 관계 재정립(再正立)을 하자는 메시지를 던졌다. 일본에는 강한 어조로 과거사 문제를 정리하고 새로운 미래 동반자 관계를 열자고 촉구했다. 북한에 대해선 비판을 자제하면서 남북 철도 연결 등 실질적 문제를 매개로 대화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北과 모든 협력의 길 열려 있다"

박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남북이 하나가 되어 평화통일을 이루어 냄으로써 진정한 광복을 완성하자"며 "북한이 진정성 있는 대화와 변화의 길로 들어선다면 모든 협력의 길이 열려 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구체적인 남북 협력 사업으로 "남북 철도의 남측 구간을 하나씩 복구하고 연결하는 사업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월 남북을 잇는 4대 철도망 가운데 경원선·금강산선·동해선의 남한 내 끊긴 구간을 잇기 위한 사전 작업에 착수하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나진~하산 철도 프로젝트를 비롯해 남북 간 철도 사업이 본격 추진될지 주목된다.

박 대통령은 또 "금년 중 남북 간 의미 있는 스포츠·문화·예술 분야 교류와 민생 차원의 협력을 확대해 나가길 기대한다"며 "민족 동질성 회복에 기여하는 순수 민간 교류를 적극 장려할 것"이라고 했다. 민족 문화 보전사업 확대와 역사 공동 연구 착수를 예로 들었다.

그는 "통일은 꿈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미래이고 오늘부터 시작된다"며 "통일 준비는 결코 북한을 고립시키는 데 목표가 있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이 흡수 통일이나 북 붕괴론이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와 서신 교환을 위한 협의도 제안했다. 다만 북한 핵(核)에 대해서는 "더 이상 핵이 자신을 지켜줄 수 있다는 기대에서 벗어나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고 평화와 체제 안정을 보장받을 수 있는 개방과 변화의 길로 나오라"고 했다.

◇일본에는 태도 변화 요구

일본에 대해서는 "한국과 손잡고 미래 50년의 동반자로서 새 역사를 써가자"고 했다. 독일과 프랑스가 과거사를 딛고 EU의 파트너가 된 것도 사례로 제시했다. 다만 미래 지향적 한·일 관계 구축을 위한 전제 조건으로 일본군위안부, 교과서 왜곡 문제의 해결을 촉구했다.

일본 정부의 교과서 왜곡 시도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은 "역사란 편한 대로 취사선택해 필요한 것만 기억하는 게 아니다"며 "이웃 관계에 상처를 주는 일"이라고 했다. 오는 5월 아베 총리의 미 의회 연설 일정과 8월 15일 '종전 70주년' 기념 담화를 앞두고 일본에 강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경제 혁신 3개년 계획'과 공공·노동·금융·교육 등 4대 구조 개혁 등과 관련, "혁신과 구조 개혁은 사회 구성원 모두의 이해와 양보를 필요로 한다"며 "3·1운동 당시처럼 국민 모두의 일치된 마음과 단합된 힘이 수반되어야만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