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철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간통죄 위헌 결정에 앞서 입장하며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재판관 9명 가운데 7(찬성) 대 2(반대)로 형법 241조 간통죄 처벌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에서 위헌 결정을 내렸다.

26일 헌법재판소가 간통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자 각계에서 뜨거운 반응이 나왔다.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곳은 주식시장이었다. 헌재 결정 직후 콘돔 제조업체인 '유니더스'의 주가가 상한가로 치솟았다. 유니더스 주가는 이날 오후 2시까지만 해도 2800원 선에 머물렀지만 간통죄 폐지 결정 직후 가파르게 올라 상한가인 3120원에 마감했다. 유니더스는 라텍스 고무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로 콘돔과 의료용 장갑, 반도체 제조용 골무 등이 주요 생산품이다.

사후 피임약 '노레보'를 생산하는 현대약품도 헌재 결정 직후 주가가 급등해 전날보다 9.7% 상승한 2985원에 마감했다. 증권가에서는 발기 부전 치료제를 만드는 제약주, 등산용품주, 막걸리주, 여행주, 호텔주 등이 '간통죄 수혜주'가 될 것이라는 얘기가 농반진반으로 회자됐다. 하지만 이 업종들의 주가는 이날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각 단체는 엇갈린 입장을 내놨다. 간통죄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에 섰던 한국가정법률상담소는 "그동안 네 차례 합헌 결정을 내린 헌재가 오늘 내린 위헌 결정은 사회 변화를 심각하게 고민한 끝에 나온 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여성변호사회 역시 "지난 네 차례 결정과 달리 이번에 위헌 결정을 내린 것은 사회 변화에 부응해 어려운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보고 존중한다"면서 "간통 행위가 더 이상 형벌로 처벌되지 않는 만큼 징벌적으로 위자료 액수를 늘리는 것도 적극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유림(儒林)을 대표하는 성균관은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이번 결정을 비판했다. 성균관 측은 "사람이라면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를 법으로 정해놓고 그렇게라도 지키라고 했는데, 이제는 법의 테두리마저도 없어졌다"면서도 "법리 판단에 의해 폐지됐다 하더라도 삼강오륜(三綱五倫)의 도덕 윤리 사상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양성평등연대(구 남성연대)는 "간통죄가 형법에 존재함으로써 간통을 막는 상징적 의미가 있었다"며 "헌재가 합리적 근거 없이 여성 단체들의 주장에 동조한 것은 시기상조의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헌재 결정으로 간통죄 관련 재심 사건이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일부 변호사는 '발 빠른' 행보를 보여줬다. 한 변호사는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헌재 결정 관련 기사를 올리면서 재심 청구 절차 및 형사 보상금에 관해 자세히 소개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아예 '간통죄로 유죄판결을 받았다면 속히 변호사를 통해 재심을 청구하고 전과 기록을 삭제하길 바란다'는 글을 남겼다.

네티즌들 반응도 뜨거웠다. 아이디 'no*****'를 쓰는 네티즌은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수는 있어도 간통을 국가가 형사처벌로 다스리는 것은 개인의 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는 글을 트위터에 남겼고, 아이디 'dr***'를 쓰는 네티즌은 '누군가가 누구를 좋아하고 아니고가 형법에 저촉되는 일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부부라는 법적 관계에 끼친 중대한 부정적 영향이 있다면 민사상 손해배상액을 외국처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환영 입장을 나타냈다.

반면 아이디 'win****'를 쓰는 네티즌은 '어차피 간통죄가 있어도 없어도 무용지물이겠지만, 존재할 경우 상징성과 의식의 측면에서 무시 못할 효과를 가져온다'는 글을, 아이디 'thi*****'를 쓰는 네티즌은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에서 간통을 국가가 처벌하는 것에 찬성한다'는 글을 남겼다.

이날 헌법재판소 앞은 시민단체 '활빈단' 관계자가 선고 직전 20여분간 의견을 밝힌 것을 제외하고는 비교적 차분했다. 그간 중요 사건 선고가 있는 날마다 각종 단체가 헌재로 몰려온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활빈단 홍정식 대표는 '간통죄는 고조선부터 이어진 가정보호법'이라고 적힌 펼침막을 내걸고 "가정을 파괴하는 죄가 무죄라면 어찌 살겠는가"라고 주장했다.

TV조선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