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개발을 현재 추세대로 계속한다면 2020년까지 최대 100개의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고, 미국 본토까지 사정권으로 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20~30기까지 보유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북한 전문 웹사이트인 '38노스'를 운영하는 조엘 위트 미국 존스홉킨스대 초빙연구원은 24일 북한이 현재 보유한 핵무기 규모를 10~16개로 전제한 뒤, 저성장·중간성장·고성장 시나리오별로 2020년까지의 북한 핵개발 가능성을 분석해 발표했다.

저성장 시나리오에서 북한은 2020년까지 20개의 핵무기를 보유할 것으로 전망했다. 앞으로 핵실험이나 미사일 실험을 한 번도 하지 않아도 5년 뒤 100% 성장한다는 분석이다. 핵무기의 평균 폭발력은 10킬로톤(kt)으로 예측했다. 1kt은 TNT 1000t의 폭발력을 의미한다. 히로시마 원폭은 15kt 수준이었다.

지금까지의 수준으로 핵개발을 할 경우를 상정한 중간성장 시나리오에서는 핵무기가 5년 뒤 50개가 되고, 평균 폭발력은 10~20kt으로 증가할 것으로 봤다. 특히 소형화에 성공하면서 단거리 미사일(SRBM)은 물론이고, ICBM에도 핵탄두를 실제로 탑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외국 기술과 정보를 활용해 지금보다 훨씬 빨리 핵기술을 개발하는 최악의 경우가 고성장 시나리오다. 핵무기가 2020년까지 100개가 되고, 평균 폭발력도 20kt 이상으로 늘어난다. 전술핵무기를 필요한 곳마다 배치할 수 있다. 특히 북한은 100kt의 폭발력을 가진 1단계 열핵(핵융합) 폭탄 실험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위트 연구원은 밝혔다.

그는 세 가지 시나리오와 별도로 핵탄두 소형화와 관련, 북한이 지금도 노동 미사일과 대포동 2호 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판단했다.

북한의 향후 미사일 개발 경로에 대해서도 최소·지속적·최대 현대화 등 3가지 시나리오로 예측했다. 더 이상 실험을 하지 않는 '최소 현대화' 시나리오에서 북한은 KN-01과 KN-02 등 순항·탄도미사일을 함정이나 잠수함에 배치하고, 일본을 비롯한 동북아 역내(域內) 상당 부분을 사정권에 두는 무수단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비상용으로 배치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비상용으로 대포동 2호 ICBM 5기도 보유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속적 현대화' 시나리오에서는 미국 본토를 겨냥한 위협이 증가해 탄도미사일을 탑재한 잠수함이 개발되고, 무수단 IRBM이 실전용으로 배치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또 10기 미만의 대포동 2호 ICBM이 비상용으로 배치될 수 있다고 위트 연구원은 내다봤다. '최대 현대화' 시나리오에서는 북한이 무수단 IRBM을 20~30기가량 실전 배치하고, 미국 서부 해안과 알래스카 등지를 사정권에 두는 ICBM KN-08도 20~30기 실전 배치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국무부 북한담당관 출신인 위트 연구원은 "현재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상황을 보면 미국의 억지 전략이 실패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며 "가장 큰 문제는 북한이 새로운 도발을 하지 않더라도 핵무기 실력이 늘어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은 북한에 대해 핵·경제 병진노선을 포기하라고 말하지만, 핵개발과 관련해 기반시설을 상당 부분 만들어놓은 북한은 큰돈 없이도 핵개발을 할 수 있다"며 "북한은 절대 병진노선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 대해 위트 연구원은 "한국 정부가 통일대박론 등을 포함해 활발하게 통일을 이야기하지만, 핵무기를 50~100개 보유할 수 있는 북한과 현실적으로 통일을 이뤄낼 수 있을지 지금의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의 통일연구원은 지난해 5월 공개한 '2013년 북한 핵프로그램 및 능력평가'라는 보고서에서 핵무기 개수가 2013년 기준 12개, 2015년 27개, 2017년 말 50개 이상이 될 것으로 예측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