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23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공개 토론회에서 "반(反)파시스트 전쟁(2차 세계대전)과 관련한 공인된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고, 과거의 침략 범죄를 감추려는 이들이 있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구체적인 이름을 거명하지 않았지만 일본 교도통신은 "올해 2차대전 종전 70주년을 맞아 담화를 준비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겨냥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아베 총리는 올여름 전후 70주년 담화(일명 아베 담화)를 발표할 때 50주년·60주년 담화의 핵심인 '식민 지배와 침략에 대한 사죄와 반성'을 담지 않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그는 2013년 4월 국회에서 "침략의 정의는 정해져 있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류장융(劉江永) 칭화대 교수는 "왕 부장의 발언은 침략 역사를 미화하려는 일본 우익 세력을 비판한 것"이라고 밝혔다.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공개 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 뉴욕을 방문한 왕이(왼쪽·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23일(현지 시각)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왕 부장은 이날 '국제 평화와 안보 유지'를 주제로 공개 토론회를 개최해 "냉전의 정신은 역사의 휴지통에 던져 버려야 한다"며 "역사를 거울삼아 미래를 개척하자"고 말했다. 그는 토론회가 끝난 뒤 언론 인터뷰에선 "중국은 (2차 대전) 당시 일본 군국주의 주요 병력에 효과적으로 반격을 가했다"며 '일본 군국주의'를 직접 거론했다. 반면 토론회에 참석했던 일본의 요시카와 모토히데(吉川元偉) 유엔 대사는 "일본은 유엔에 가입한 이후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이날 21세기 국제관계에서 중국은 '평화·협력·공평·공영' 등 네 가지를 추구하고, '충돌·대립·강권·제로섬' 등 네 가지를 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국제관계의 민주화에 대해 "자기의 의지를 다른 사람(국가)에게 강요할 수 있는 국가는 없으며, 다른 국가의 합법적인 정권을 뒤집을 수 있는 국가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