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오키나와, 이상학 기자] 한화의 민낯이 드러났다. 국내팀과 첫 연습경기에서 무기력하게 졌다. 경기 후 한화 선수들은 다시 훈련에 들어갔고, 해가 질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한화는 지난 17일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구장에서 치러진 SK와 연습경기에 0-7 영봉패를 당했다. 8회 2사까지 안타 하나 없이 노히트로 끌려 다녔다. 수비에서도 기록된 실책은 1개였지만 기록에 잘 나타나지 않은 허술함이 드러났다. 상대가 우승 후보 SK라는 것을 감안해도 한화의 현실은 더 차가웠다.

그렇다고 기죽을 필요가 없다. 이날 한화의 라인업을 보면 주전 선수는 전무하다. 1번 장운호(중견수) 2번 오준혁(좌익수) 3번 박노민(우익수) 4번 정범모(포수) 5번 황선일(지명타자) 6번 박한결(유격수) 7번 주현상(3루수) 8번 이창열(2루수) 9번 추승우(1루수)로 선발 라인업이 구성됐는데 레귤러가 없었다.

이날 경기를 지켜본 야구 관계자는 "경기에 뛴 한화 선수들은 거의 2군이나 마찬가지다. 신인급 선수들은 체구도 작고 아직 힘도 떨어진다. 주력 선수들이 뛴 SK에 상대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SK는 박정권·조동화·박재상·임훈·나주환에 외국인 타자 앤드류 브라운까지 1군 선수들이 라인업에 들어와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경기에 패한 것 자체를 놓고 크게 낙담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이다. 정규시즌도 아니고, 시즌 전 시범경기도 아니다. 2월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일 뿐이다. 1군 선수들을 상대할 기회가 적었던 젊은 선수들에게는 좋은 경험과 함께 많은 자극이 됐을 것이다. 일종의 성장통으로 보면 된다. 김 감독도 경기 후 몇몇 선수들을 감독실에 불러 지적할 부분을 지적하며 개선할 점을 짚어줬다.

김 감독은 이날 기용된 젊은 선수들에게 계속 기회를 줄 계획이다. 김 감독은 "당분간 이 멤버 그대로 간다. 재활 선수들의 실전 경기 투입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며 "경기 안에서 잘못된 부분을 찾고 바로 고쳐갈 것이다. 주전과 비주전의 차이를 좁혀야 강팀이다. 지금은 많은 그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걱정되는 건 이날 경기 패배가 아니다. 언제쯤 주전 선수들이 다 같이 한 데 모이느냐가 중요하다. 김성근 감독은 "우리는 아직 베스트가 한 번도 같이 뛴 적이 없다. 레귤러들이 없으니 연습경기에서 전력이 노출될 일도 없다"고 이야기했다. 기존 재활조 외에도 주력 선수들이 줄줄이 작은 부상으로 빠져있다.

이제 어느덧 시즌 개막이 40일 안으로 들어온 시점이다. 주전 선수들이 모여 다 함께 실전에 들어가야 조직력을 키우고, 시즌 스타트 순간 빠르게 치고 나갈 수 있다. 김성근 감독의 야구는 늘 시작을 빠르고 힘 있었다. 그런데 올해는 구상대로 안 될 공산이 크다. 한화의 젊은 선수들이 패배에 기죽지 말고 이를 갈아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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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