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개통 예정인 호남고속철도 일부 구간에서 지반이 내려앉는 침하(沈下) 현상이 발견돼 보수 공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국회 국토교통위 이노근 의원(새누리당)이 철도시설공단으로부터 받은 '호남고속철도 개통 준비 및 토공 노반 현황 보고' 자료에 따르면 호남고속철도 182.3㎞(오송~광주 송정) 구간 중 지반 침하 현상이 발생한 곳은 상·하행선 29㎞, 217곳에 이른다.

전북 익산에서는 쌍용건설이 시공한 215m 구간의 지반이 4.1㎝ 내려앉았고 충남 공주에선 롯데건설이 시공한 57m 구간의 지반이 3.6㎝ 침하했다. 또 △대림산업이 시공한 광주 차량기지 200m 구간(5.6㎝) △삼성물산이 시공한 전북 정읍 130m 구간(3.5㎝) △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한 전북 김제 180m 구간(3.8㎝) 등에서 침하 현상이 발견됐다.

이에 대해 한 철도 전문가는 "지반이 침하하면 탈선 등 대형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며 "3㎝ 넘게 침하하면 상당히 위험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경부고속철도 2단계(동대구~부산) 공사 당시에도 지반 침하 현상이 88곳 발견됐지만, 호남고속철도는 연약 지반이 많은 평야 지역을 통과해 침하 현상이 광범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다.

철도시설공단은 지난해 여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뒤 작년 말부터 보수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침하 정도가 심한 18곳은 '노반층 그라우팅공법(레일을 받치는 콘크리트 궤도에 구멍을 뚫고 궤도 밑에 시멘트를 주입하는 방법)'으로 보수 공사를 했고, 나머지 199곳은 강철 판이나 패드를 레일 아래에 받치는 방식으로 보수 공사를 하고 있다. 공사는 KTX 시운전 시간을 피해 진행하고 있다.

감리업체 관계자는 "그냥 두면 위험하지만 매뉴얼에 따라 보수 공사를 하면 열차 운행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며 "흙의 특성상 지반이 안정화될 때까지 불가피하게 생기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철도시설공단 관계자는 "작년 가뭄으로 지하수 수위가 낮아지면서 지반이 침하한 것으로 보인다"며 "4월 개통에 문제가 없도록 2월 말까지 보수 공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철도 전문가들은 "개통하더라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보수 공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처음 계획한 만큼 운행 시간을 단축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