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왔어요. 배구가(를) 좋아합니다. 저는 덖복기가(떡볶이를) 너무 좋아 합니다. 한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겠습니다.'

나카노 리카(中野莉香·20)씨가 한글로 서툴게 쓴 자기소개서다. 그가 속한 일본 도쿄의 사립 고쿠시칸(國士館)대학 '21세기 아시아학부' 학생 38명이 지난 9일 고려대 한국어센터에서 입학식을 가졌다. 한 달간 한국어를 배우고 문화도 체험한다. 이 학교 아시아학부 학생들은 2002년 이후 해마다 한국을 찾았다. 그간 고려대·한양대·전남대·동의대·안동대에서 교육받은 학생만 1200명에 이른다.

서울 고려대 앞에 모인 일본 도쿄의 고쿠시칸대학 아시아학부 학생들.

이 대학에 한국을 알리는 프로그램이 설치된 데는 고쿠시칸대 최초의 한국인 교수인 신경호(52·아시아학과)씨의 역할이 컸다. 대학 측이 "아시아를 이해하려면 현지에서 직접 체험해야 한다"는 신 교수의 의견을 받아들여 한국·중국·러시아 등 7개국 가운데 하나를 학생들이 선택해 방학 때 방문하도록 했다. 그는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았지만, 과거사 문제 등으로 관계가 냉각되면서 민간 교류 행사도 위축될 위기"라며 "하지만 젊은이들의 교류는 더 끈끈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해마다 100명 넘는 학생이 한국행을 지원한다. 야구를 좋아하는 요시하라 료(吉原良·21)씨는 "일본과 한국의 프로야구단에서 트레이너로 일하기 위해 한국말을 배우고 있다"고 했다. 이 밖에 '삼겹살이 맛있어서' '찜질방에 가보고 싶어서' '고등학교 때 축구부 동료인 한국 유학생과 친해져서' 등 이유는 다양하다.

학생들은 주중 오전 4시간 한국어 수업을 받고 오후엔 사물놀이, 김장 담그기, 전통 공예 만들기 등 문화를 배운다. 독립기념관 견학은 특별한 체험이다. 오서희 한국어센터 조교는 "일본에서 근·현대사를 깊게 배우지 않아 대부분 일제(日帝) 침략사를 제대로 모른 채 대학에 입학한다"며 "견학을 통해 일제가 저질렀던 악행과 처음 마주하는 학생이 많다"고 했다. 무라마쓰 미나미(村松美波·20)씨는 "이런 프로그램 아니면 역사에 대해선 배우기 힘들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