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해 체중을 낮추겠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새해 결심이다. 첫 사흘 아니 일주일까지도 그럭저럭 버틸 만하다. 살도 조금은 빠진 것 같다. 하지만 곧 식욕이 왕성해진다. 꾹 참고 다이어트 식단을 유지하지만 체중은 더 이상 줄지 않는다. 신진대사 속도가 떨어진 탓이다. 참다못해 식사량을 조금 늘렸더니 체중이 확 늘어난다. 요요 현상이다. 대부분 여기서 '나는 안돼' 자책하며 다이어트를 포기한다. 무엇이 문제일까.

내 몸이 인식하는 체중 '세트포인트'

비만전문의 박용우 원장은 "원인과 결과를 거꾸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다이어트에 실패한다"고 말했다. 과식은 비만의 원인이 아니라 비만 때문에 나타나는 증상이라는 것. 박 원장은 최근 펴낸 '음식중독'이란 책에서 비만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세트포인트(set-point)'를 소개했다.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세트포인트의 사전적 의미는 '설정값'. 박 원장은 "비만 연구에서 말하는 세트포인트는 '체중의 조절점'을 일컫는다"고 설명했다. "우리 몸은 타고난 체질(유전)과 환경에 의해 적정 수준의 체중이 설정되면 몸이 알아서 그 체중을 유지합니다. 뚱뚱한 사람이 마른 사람보다 반드시 많이 먹진 않습니다. 단지 세트포인트가 높게 잡혀 있을 뿐이죠."

한번 정해진 세트포인트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특히 높아진 세트포인트는 좀처럼 낮추기 힘들다. 세트포인트를 올리는 가장 큰 적은 만성스트레스와 정제 탄수화물 과다 섭취다. 이 둘은 꼬리를 물고 있는 두 마리 뱀처럼 맞물려 있다. 즉 스트레스 수치가 높아지면 이를 완화하기 위해 빵이나 과자, 초콜릿, 케이크, 청량음료 같은 정제 탄수화물 음식을 찾게 되고 차츰 '음식 중독'에 빠지게 된다.

스트레스가 부르는 '음식 중독'

박 원장은 "음식 중독에서 벗어나려면 만성 스트레스와 수면 장애를 극복하고 탄수화물 음식을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실천하기 무척 어렵다. 우선, 만성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운동이다. "현대인의 신체 활동 중 원시인류의 스트레스 반응과 가장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음식에 대한 충동이 일어나면 공원이나 운동장에 가서 뛰어보세요. 10분만 지나면 충동이 사라집니다." 비타민과 항산화 영양소가 풍부한 채소와 과일도 만성 스트레스를 줄이고 이완에 도움을 준다. 종합영양제나 고용량 비타민C도 좋다.

잠을 잘 자려면 저녁에 과식하거나 늦게 먹지 않는다. 술은 쉽게 잠들게 하지만 깊은 잠을 방해한다. 수면 시간은 7시간 30분이 가장 이상적이다. 박 원장은 "적어도 남성은 6시간 이상, 여성은 7시간 이상 자야 체중 감량에 효과적"이라고 했다. 저녁식사는 잠들기 4시간 전에 한다. 고당분 탄수화물 음식을 먹으면 혈당이 급격히 올라가고 호르몬 체계가 흐트러져 숙면에 방해가 된다. 현미나 잡곡, 통밀 등 정제되지 않은 복합 당질을 먹는 것이 좋다.

포만감 빨리 오는 고기 드세요

세트포인트를 낮추려면 설탕, 액상과당이나 트랜스지방이 들어간 정제 가공식품은 피한다. 흰 밀가루 음식 대신 통곡류를 선택하고 싱겁게 먹어야 한다. 알코올 중독자에게 술을 그냥 끓으라는 권유만큼 어려운 일이다. 박 원장은 "양질의 단백질을 먹으라"고 추천했다. 단백질은 포만감이 빨리 오기 때문에 그만큼 탄수화물이나 지방 섭취를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배고프다는 신호가 강해지기 전 식사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방법이다. 박 원장은 "4시간 간격으로 일정한 시간에 먹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아침에 일어나 1시간 이내에 식사하고, 잠자리 들기 3~4시간 전에 저녁식사를 한다. 그리고 점심과 간식을 아침과 저녁 식사 사이 4시간 간격으로 먹는 것이다.

'12시간 공복 유지하기'도 있다. "저녁을 오후 7~8시 먹은 뒤 공복 상태에서 11시~자정에 잠자리에 듭니다. 6~7시간 숙면을 취하고 다음 날 아침 7~8시 아침 식사를 하는 거죠. 이런 생활패턴을 규칙적으로 유지하기만 해도 적어도 지금보다 더 살이 찌지는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