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감독 김석윤)은 분명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영화다. 이 '부담 없이'라는 말은 '쉽게 즐길 수 있다'라는 말과 함께 다른 한 가지 뜻을 더 담고 있다. '특별한 매력'이 없다.

'사라진 놉의 딸'은 2011년 개봉해 478만 관객을 끌어들인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의 후속작이다. 성공은 했지만, 이 작품의 만듦새는 매우 아쉽다. 극의 완성도로 따지면 시리즈물로의 전환이 무리로 보이지만, 명확한 캐릭터와 시리즈물로 내놓기 좋은 수사물이라는 점, 그리고 결정적으로(어설픈 완성도에도) 흥행에서 성공했다는 이유로 이 영화의 속편이 만들어졌다.

장르를 불문하고 속편의 핵심은 두 가지다. '주요 캐릭터에 어떤 새로운 변화를 가미하느냐'와 '전작의 이야기를 어떻게 발전시켜 갈 것인가'다. 첫 번째는 필수다. 단순히 같은 캐릭터를 반복하는 일은 동어반복에 불과하다. 두 번째는 선택이다. 이야기는 새로 만들면 그만이다. 단도직입적으로 '사라진 놉의 딸'은, 모두 실패했다. 매력적이지 않다.

조선 제일의 명탐정 '김민'(김명민)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유배 생활 중이다. 그러던 중 조선 전역에 불량 은괴가 유통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고, 그의 잠자던 탐정 본능이 살아나기 시작한다. 김민은 유배 생활 내내 자신을 돌봐주던 소녀의 죽음과 불량 은괴 유통이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되고 심복 '서필'(오달수)과 함께 유배지를 이탈해 사건 해결에 나선다. 그렇다고 해서 '사라진 놉의 딸'이 전작 수준의 낮은 완성도는 아니다. 전작보다 만듦새 면에서 낫다. 전작은 극의 분위기(코미디적인 요소)와 에피소드(김탁환의 원작 소설 '열녀문의 비밀)가 촘촘히 교직 되지 않고 이야기 전개 자체가 산만하다. 어설펐다. 하지만 후속작은 원작이 없어서인지 이야기가 통제돼 있다.(어디까지나 전작과 상대적인 비교다) 그 덕분에 영화의 핵심 요소라고 할 수 있는 '유쾌한 공기'가 어색하지 않다. 김명민과 오달수의 연기도 나무랄 데가 없다.

하지만 '사라진 놉의 딸'에는 '도약(跳躍)'이 없다. 극에서 도약은 반전이고 새로움이다. 예상하지 못한 어떤 부분이 드러나는 순간에 재미가 생긴다. 대체로 캐릭터와 서사가 예상 가능하다면 코미디를 기조로 삼은 수사물이 의지할 곳은 결국 잔재미 외에는 없다. '조선명탐정'이 딱 그렇다.(잔재미가 영화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

김민은 여전히 유쾌하고 정의롭다. 충신이면서 머리 좋은 수사관이다. 전작의 김민과 다르지 않다. 김민은 쉬지 않고, 여러 사건을 해결해왔을 것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사라진 놉의 딸' 에피소드에서도 그렇다. 그에게 변화는 없어 보인다. 그가 유배를 갔다는 것이 뭔가 다른 전개를 기대하게 하지만 사실 그 설정에는 유배지를 벗어나는 과정에서의 코미디를 만드는 것 외에 어떤 의미도 없다.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달라진 기미도 보이지 않는 인물을 또 보는 일은 잠깐의 반가움 외에는 어떤 기분도 느껴지게 하지 않는다. 단순 동어반복이다. 예를 들어 '아이언맨'의 토니 스타크가 흥미로운 캐릭터인 이유는 그가 시리즈마다 세상과 악에 대한 변화된 태도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서사도 마찬가지다. 이야기가 전작보다 깔끔해졌지만, 김민이 사건 해결을 위해 하는 일은 특별하지 않다. 대개 우연에 의지한다. 애초에 치밀한 수사물을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논리는 필요하다. 4년 전 만들어진 전작의 단점을, 4년이 지난 후 조금 보완한 것이 전부라면 그것은 의미를 가지는 작업이 될 수 없다. 게다가 결정적 역할을 하는 캐릭터마저 전작과 비슷다면(한지민이 연기한 '한객주'와 이연희가 맡은 '히사코'는 같은 캐릭터다) 이 영화 서사에 대한 평가는 '전작을 답습했다'는 말 외에는 할 것이 없다.

'사라진 놉의 딸'이 전작의 성공을 반복할 수 있을까. 2011년 설에 개봉한 '각시투구꽃의 비밀'은 대중의 무관심 속에서 개봉해 뜻밖에 재밌다는 반응을 이끌어내 예상 밖의 성적을 냈다. 지금은 다르다. 영화는 올해 설 가장 기대를 모으는 작품이다. 관객은 점점 똑똑해지고 있고 기대를 저버린 영화는 철저히 외면한다. '조선명탐정'이 위태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