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김무성 대표의 국회 연설 핵심은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고, 복지 혜택을 늘리려면 납세(納稅) 부담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무상 보육, 무상 급식, 반값 등록금 등 각종 복지제도에 대한 전반적 손질을 예고했다. 김 대표가 "재정 건전성을 지키려면 지출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고 한 것은 복지와 재정의 균형을 맞추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 대표가 "국민으로서 복지라는 혜택을 누리려면 국민의 의무인 납세라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한 점도 주목해야 한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이는 단순히 증세(增稅)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 김 대표의 소신인 국민개세주의(國民皆稅主義)를 함축한 말이란 것이다. 국민개세주의란 모든 국민은 적은 액수라도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근로자 중 36%가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고 면제받는 현행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다. 김 대표는 평소 "가난한 사람도 단돈 100원이라도 세금을 내야 한다"고 말해 왔다. 앞으로 증세 논의가 불붙으면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걷는 문제뿐 아니라 이 부분도 분명히 짚고 넘어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3일 오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갖기에 앞서 정홍원(박 대통령 오른쪽)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과 차를 마시며 환담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청와대와 내각의 정책 조율을 강조했지만 당·청(黨靑) 관계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무상 급식과 무상 보육부터 손을 댈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이미 지난해 11월 무상 급식, 무상 보육 TF(태스크포스)를 출범시켰다. 원유철 정책위의장은 "TF의 결론을 보고 당장 내년 예산안부터 반영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TF는 현재 20만원인 양육수당을 인상해 0~2세 아동의 가정 보육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어린이집에 아이 1명당 40만~70만원을 지원하는 상황을 감안할 때 양육수당을 2배(40만원)로 인상하면 오히려 예산을 절감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TF 간사인 강은희 의원은 "오는 4월까지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지방재정 효율화도 추진할 계획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현행 지방재정제도와 국가의 재정 지원 시스템에 적폐가 있으면 과감히 개혁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과 정부는 이날 당정 협의를 열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방안을 올 상반기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당장 '무상 복지 전면 개편'으로 나아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복지 지출의 중복과 비효율을 없앤 뒤 증세는 이 결과를 토대로 국민의 뜻을 물어보고 추진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복지 구조조정의 방향을 선택적 복지로 전환에 두기보다는 '중복과 비효율 개선'에 맞춘 것이다. 김 대표 측 관계자는 "정부에서 우선 최대한 지출을 줄이는 계획을 세우고, 그래도 안 되면 정치권에서 증세 등을 포함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정부도 향후 정책조정회의나 경제장관회의에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룰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미 사실상의 증세로 인한 소비 위축을 (정부에서도) 감지하고 있다"며 "앞으로 청와대와의 정책 협의, 부처 간 정책조정회의나 경제장관회의 등에서 이 부분을 집중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중복과 비효율'을 걷어내는 것만으로 부족한 복지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때문에 내년 총선에 맞춰 전반적인 증세 여부와 복지 재편 방안을 마련해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재선 의원은 "복지 구조조정으로 마련할 수 있는 재원은 한계가 있고, 법안을 개정하려 해도 야당의 반대로 쉽지 않다"며 "결국은 내년 총선에서 종합적으로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