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서울시 도심권 인생이모작지원센터장

비정규직 문제는 전 국민적 관심사다. 현재 600만명에 이르는 비정규직은 계속 늘고 있고 극심한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 수준이며, 그 격차도 갈수록 확대되는 추세다. 이 같은 고용시장 양극화는 사회 불안과 국가 전체 활력이 크게 저하하는 요인이다.

기업은 왜 비정규직을 선호할까? 경영 환경이 어려워질 때 고용을 조정하기 쉽고 인건비 부담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은 선진국들도 많이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을 제외하고 이 나라들에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정규·비정규직 간 고용 안정과 임금 수준에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선진국은 노동시장 유연성이 매우 높고, 같은 일을 하면 임금도 동일한 직무급 제도가 오랫동안 관행화돼 있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다르다. 동일 직무도 정규·비정규직 간 임금 차이가 크다. 더욱이 정규직은 능력과는 상관없이 해마다 임금이 올라가게 돼 있다. 일단 고용하면 해고하기도 어렵고 정부 시책에 따라 최근 정년도 연장되고 있는 추세다. 이 때문에 기업은 정규직 채용을 기피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비용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직접 고용을 줄이는 대신 아웃소싱과 하도급을 늘리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간접생산 비율이 높은 나라는 없다. 일감이 생겨도 최근에는 제조 비용이 높은 국내보다 해외 생산을 늘리는 추세다. 그 결과, 아버지는 높은 연봉의 정규직인데 대학을 졸업한 자식은 실직 상태거나 비정규직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이다. 우리의 미래를 끌고 나가야 할 젊은이들이 더 이상 고용 시장 주변부에서 맴돌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현재 당면한 비정규직 문제는 우선 임금 체계 개편을 통해 해결해보자. 미국, 영국처럼 해고를 자유롭게 하는 시책은 국민 정서상 받아들이기 어렵다. 반면에 동일 노동·동일 임금의 직무급은 노사를 포함, 국민 모두 쉽게 공감할 수 있다. 이를 도입하면 근속 연수가 긴 정규직 아버지의 임금은 줄고 비정규직인 자식의 임금은 높아질 것이다. 이럴 경우 고용 시장 면에서도 정규직 채용 확대, 장년층의 정년 연장, 직접고용 증가, 국내 투자가 촉진될 수 있을 것이다. 분위기 확산을 위해 우선 공무원과 공공 부문이 선도적 역할을 했으면 한다. 노조와 경영계도 긴 안목을 갖고 이에 적극 동참할 때 노동시장 정상화와 선진 경제 도약이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