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에서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엔 작년 7월 말 임명돼 6개월도 되지 않은 김희범 1차관이 지난 22일 일방적으로 사표를 내고 출근하지 않았다. 김 차관은 이 사실이 언론 보도로 알려지자 30일 일단 출근했다. 문체부는 "(김 차관) 일신상 사유"라는 말 외에는 하지 않고 있다. 김 차관 본인도 이날 대변인을 통해 그만두겠다는 뜻을 공식화했으나 그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문화부 내에선 김종덕 장관과 갈등설, 김종 2차관과 알력설 등 온갖 소문이 사실인 양 돌고 있다 한다. 문체부 공무원 출신인 1차관과 대학교수 출신인 장관·2차관이 끊임없이 부딪쳐왔다는 얘기도 나온다. 또 작년 말 국회가 '광주 아시아문화전당' 사무 조직 운영안을 다룰 때 김 차관이 야당 의견을 지나치게 수용해 장관이 질책하자 그만뒀다는 말도 있다. 어느 쪽이 맞든 정무직 공무원으로서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처신이다. 이런 상황을 만든 장관 역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문체부는 지난 1년여간 정상 업무가 불가능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사 파동이 계속 벌어졌다. 직전 장관은 대통령이 국·과장 경질을 직접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또 현 2차관이 대학 동문인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등에 업고 '인사 장난'을 쳤다고 하자 2차관은 고소하겠다고 맞받았다. 연말에는 1급 6명 중 3명이 한꺼번에 물러나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대선 캠프 출신들을 문체부 산하 주요 기관장에 잇따라 내려보내는 것도 모자라, 현 장·차관의 출신 대학 사람들까지 그 낙하산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 정도만 해도 정상적 조직이라고 말하기 어려운데 이번엔 1차관이 대통령 재가도 나지 않은 상황에서 무단결근이나 다름없는 행동을 한 것이다.

김 차관이 사표를 던진 날은 문체부의 대통령 업무 보고 날이었다. 문체부는 올 한 해 '국가 브랜드' 수준 제고(提高)에 집중하겠다고 보고했다. 내부(內部)가 이렇게 난장판인 부처가 아무리 거창한 보고를 한들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이번 사태는 그저 김 차관의 사표를 수리하는 것으로 넘길 게 아니라 문체부에서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를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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