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여군 중에는 남편과 떨어져서 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들이 휴가를 내 남편과 함께 있다 돌아오면 상관들이 심심찮게 묻는 질문이 있다고 한다. "남편하고 저녁에 뭐 했어?" 재작년 상관에게 성관계를 요구받던 여군이 자살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 한 전직 여군 중위가 방송에 나와 전한 말이다. 그는 부대 내에서 운영되는 홈페이지에 여성 연예인이 군복을 입고 찍은 사진을 올렸다. 간부들이 댓글을 달았다. '나도 저런 여군이랑 근무하고 싶다.'

▶헬기 조종사였던 여군 중령이 몇 년 전 전역을 앞두고 낸 책에 이런 얘기가 나온다. 그가 군 사령부에 근무할 때였다. 밤 11시쯤 부대 안 숙소로 전화가 왔다. 사령관 부관이었다. "사령관님이 ○○관광호텔 나이트클럽에 계십니다." 함께 술 마시던 기무부대장이 자리를 뜨자 사령관이 그를 찾는다고 했다. 그가 못 가겠다고 하자 부관은 언성을 높였다. "어떻게 사령관님이 부르는데 안 나올 수 있느냐"고.

▶이은수 고등군사법원장은 23년 군 법무관을 지내고 작년 말 은퇴했다. 그는 위관 시절 자기를 '이 대위'가 아니라 '미스 리'라고 부르는 상관이 있었다고 했다. 엄연히 있는 계급이나 직책 대신 그렇게 부른 상관 머릿속에 동등한 자격과 인격을 가진 '군인 이 대위'가 자리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은 여군이 1만명을 헤아리는 시대다. 그런데도 군대 내 못된 상관들이 여군을 보는 시각은 크게 바뀌지 않은 모양이다.

▶기무사령관을 지낸 새누리당 송영근 의원이 그제 부하 여군 하사를 성폭행한 여단장 문제를 다루는 자리에서 망언을 했다. 송 의원은 여단장의 성폭행을 '그가 외박 못 나간 탓'이라는 취지로 얘기했다. 그러곤 피해 여군을 '하사 아가씨'라고 지칭했다. 다른 데도 아니고 국회 병영문화혁신 특별위원회에서였다. 일반 직장에서 여자 동료를 '아가씨'라고 부르는 것은 금기가 된 지 오래다.

▶군 인권센터에 들어온 민원 사례 중에는 여군을 '아줌마'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성적(性的) 비하 호칭들도 있다. 여군을 상대로 "꼬리 친다" "남자관계가 복잡하다"는 식의 근거 없는 소문을 내는 일도 많다. 그런데도 90%의 여군들은 '대응해도 소용없어서' '불이익을 당할까 봐' 입을 닫고 있다. 여군을 군인이 아니라 여자로만 보는 남자 상관들이 있기 때문에 여군을 상대로 한 성희롱, 성폭력이 끊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