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달리고, 달리고 또 달린다. 한화 투수들의 러닝에는 끝이 없다. 원래 투수들의 훈련 절반이 러닝이라고 하지만 이 정도로 많이 달릴 줄은 몰랐다.

일본 고치에 스프링캠프를 차린 한화 투수들의 하루는 러닝으로 시작한다. 오전 9시부터 워밍업으로 단거리 러닝을 시작한다. 오후 기술훈련을 마치고 나면 러닝으로 마무리한다. 그런데 이 러닝이 그야말로 '지옥'이다. 장거리 러닝을 주로 하는데 이홍범 트레이닝코치가 맡아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지옥의 레이스가 이어진다.

한화 투수들의 러닝 장소는 야구장에만 그치지 않는다. 오후 기술 및 투구 훈련을 마치는 3시쯤부터 어디론가 하나둘씩 사라진다. 고치 시영구장 뒤편으로 10여분 걸어가면 공동묘지로 올라가는 입구가 언덕으로 되어있는데 이곳에서 200m 단거리를 무려 20세트나 실시한다.

또 다른 날에는 시영구장 옆에 둔치를 5바퀴씩 약 10km 장거리 러닝을 뛴다. 족히 1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러닝을 마친 투수들은 초주검 상태가 된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일주일에 한번씩 차로 20여분 이동해 공동묘지 꼭대기에서 '공포의 계단 오르기'가 있다. 가파른 계단을 15회씩 뛰어서 올라가야 하는데 하고 마치고 나면 다리가 후들후들 거릴 정도.

지난해 말 한화로 이적한 최고참 투수 임경완은 "이렇게 많이 뛰어본 적은 처음인 것 같다"고 강도를 설명했다. 한화 투수조장 안영명 역시 "원래 투수들은 공 던지는 것을 빼면 캠프에서 러닝이 훈련의 대부분이지만 올해처럼 많이 뛰지는 않았다. 확실히 러닝의 양이 많아졌다"고 이야기했다.

김성근 감독은 예부터 러닝의 중요성을 강조한 지도자로 유명하다. OB 시절 선수로 뛸 때부터 김 감독과 함께 한 이홍범 트레이닝코치는 "1980년대부터 감독님은 러닝을 많이 시키셨다. 단거리 육상선수를 데려다 놓고 가르친 적도 있으셨다"며 "투수의 경우 러닝을 많이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코치는 "투수들은 야수들보다 움직임이 적기 때문에 더 많이 달려야 하다. 또 투구를 하게 되면 노폐물이 몸에 쌓이는데 그걸 빨리 바깥으로 내보내기 위해서라도 러닝으로 땀을 배출해야 한다"며 "하체와 허리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 부상을 방지할 수 있고, 체력도 키울 수 있다. 투수는 항상 똑같은 거리를 반복해서 던지는 만큼 근지구력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런 면에서 고치는 러닝하기에 적합하다. 이 코치는 "매일 똑같은 코스만 달리면 지루하다. 다양한 곳에서 다양하게 할 수 있는 게 고치의 장점이다"고 했다. 물론 무조건 모든 투수가 러닝을 하는 건 아니다. 무릎이나 허리에 통증이 있는 선수들의 경우에는 장거리 대신 단거리로 강도를 낮춰 조절해준다. 러닝 중 조금이라도 느낌이 이상하면 중지한다. 야간에는 웨이트 훈련도 병행하며 몸의 밸런스까지 키운다.

김성근 감독은 캠프에서 처음부터 '기본'을 강조하고 있다. 한화 투수들의 러닝 지옥도 결국 기본에 방점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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