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 11일 실시되는 '제1회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1000만원짜리 돈 봉투가 뿌려지는 등 혼탁 양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중앙선관위는 29일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 등 관계 부처와 함께 "돈 선거 척결은 시대적 소명"이라는 대국민 담화까지 발표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선관위가 다른 정부 부처와 함께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번 동시 조합장 선거는 관행처럼 이뤄진 돈 선거가 뿌리 뽑히지 않고 있다는 비판에 따라 작년 6월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처음 시행되는 것이다. 조합장이 되면 예금 대출 등 신용사업뿐 아니라 마트 운영 등 경제사업도 하면서 지역 경제를 좌지우지하게 된다. 여기에다 대형 조합의 경우 조합장의 연봉이 1억원을 넘는 경우도 있다.

이번 선거는 농·축협 1117곳, 수협 82곳, 산림조합 129곳 등 모두 1328곳에서 시행되고, 투표권을 가진 조합원은 280만여명에 달한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은 2월 26일부터 3월 10일까지 13일간이다.

제1회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 공정선거지원단이 29일 대전 선거관리위원회 강당에서 발대식을 하면서 ‘돈 선거 타파’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선관위는 이날 투표권을 가진 조합원 1400명당 1명꼴로 총 2000명의 공정선거지원단(선거감시단)을 배정한다고 밝혔다. 유권자 수 대비 감시단의 비율로 따지면 지난 대선(유권자 1만명당 1명, 총 4100명)의 7배에 달하는 수치다. 그러나 이런 선관위 관리에도 돈 선거 관행은 뿌리 뽑히지 않고 있다.

선관위가 이번 동시 조합장 선거와 관련해 불법 선거운동 혐의로 적발한 건수는 29일 현재 167건이다. 충남 논산에서는 인구 3800여명 정도 되는 마을에서 한 농협 조합장 출마 예정자로부터 150여명이 6000여만원의 금품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역 사회가 뒤집혔다. 1인당 적게는 20만원, 많게는 1000만원을 받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돈 받은 사람 150여명이 모두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되면 받은 돈의 최고 50배, 총 30억의 과태료를 받을 수도 있다. 마을에는 확성기를 단 방송 차량이 돌며 "돈 받은 사람이 자수하면 선처하겠다"고 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주민은 "출마자가 비닐하우스에 가보라고 해서 갔더니 1000만원짜리 돈 봉투가 있었다"며 자수하기도 했다.

경남 고성에서는 축협 조합장에게 현금 수천만원을 건넨 혐의로 전 고성군의원이 구속됐다. 검찰은 조합장 선거에 나가려는 전 군의원이 유력 후보인 현 조합장의 출마를 막으려고 돈을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전북 김제에서도 조합원 240여명에게 1000만원 상당의 굴비세트를 돌린 농협 조합장 출마 예정자가 구속됐다.

선관위는 이번 선거에 '돈 선거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기로 했다. 실제로 선관위는 초등학교 체육대회에 참석해 찬조금 10만원을 냈던 한 출마 예정자를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또 신고 포상금도 최고 1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10배 올렸다.

그러나 돈 선거를 막는 데 치중하다보니 이번 동시 조합장 선거 방식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반론도 있다. 이번 선거에선 일반 선거와 달리 예비 후보로 등록해 명함을 돌릴 수 없다. 선거 운동도 후보자 본인 한 사람만 가능하고, 토론회나 연설회도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출마자들로부터는 "투표권이 있는 조합원들의 알 권리마저 막아 '깜깜이 선거'를 만들었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오는 3월11일 실시하는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 일부 입후보자들의 금품제공 등 혼탁 선거가 일고 있다. 충남선관위는 논산시 농협 조합장선거와 관련 후보자 등으로부터 금품을 제공받은 주민의 자수를 권유하고 있다. 충남선관위는 자수를 권유하는 현수막을 게시하고 마을방송을 통해 방송하는 등 다각적으로 자수를 권유하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