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 개통할 호남고속철도 KTX의 일부 열차가 서대전역을 경유하도록 하는 방안을 놓고 호남과 충청 간 지역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국토교통부가 양측 의견을 수렴해 다음 주쯤 운영 계획을 확정할 방침이다.

호남고속철도 개통을 앞두고 최근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호남고속철도 KTX 운행 횟수(주말 기준)를 하루 62회에서 82회로 늘리고 그중 18회(22%)는 서대전역을 경유하는 내용의 '호남고속철도 종합운영계획'을 국토부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지난 19일 윤장현 광주광역시장, 이낙연 전남지사, 송하진 전북지사가 호남고속철도의 서대전역 경유를 반대하는 공동성명을 냈고, 이어 26일 대전시의원들이 서대전역 경유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저속철 된다" 대 "충청권 승객도 흡수해야"

호남권은 "서대전역을 경유하면 (KTX가 구불구불한 일반 선로를 거치게 돼) 서울 용산역에서 광주송정역까지 2시간 18분 걸리게 된다"며 "고속철이 '저속철'로 전락해 수도권과 호남을 빠르게 연결하려는 당초 건설 취지에 역행한다"고 주장한다. 서대전역을 경유하면 새로 건설한 오송~광주송정 간 KTX 전용 선로를 따라 달리는 것(1시간 33분)보다 45분 더 걸린다. 지금도 용산~광주송정 간 2시간 39분이 걸리는데, 기존 철도와 큰 차이가 없는 셈이다.

반면에 충청권은 "그동안 호남선을 이용해온 충청 주민들의 불편이 예상되고 지역 경제도 침체될 우려가 있다"며 "일부는 우회 운행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전시는 "현재 호남선의 역 중에서 서대전역 이용객이 서울 용산역 다음으로 많다"며 "기존 승객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철도 전문가는 "새 호남고속철도가 서대전역을 경유하지 않으면 서대전역·계룡역·논산역에서 서울이나 호남으로 가는 승객 중 하루 3000여명이 KTX를 타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충남도 측은 "논산 육군훈련소 입소자와 가족들도 교통 불편을 겪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호남선 역의 하루 승하차 승객 수(KTX 기준)는 용산역이 1만3549명, 서대전역이 4478명, 광주역이 3478명, 익산역이 3404명, 광주송정역이 3060명이다. 대전시 측은 "장기적으로 경유 노선을 통해 호남 지역을 찾는 충청권의 관광 수요가 늘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호남권은 "그 수요가 과장돼 있다"고 주장하면서 "극소수 이용객 때문에 8조원 들인 국책 사업의 취지를 훼손해선 안 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의견 수렴 안 되면 호남고속철도 개통 늦어질 듯

양측 주장이 팽팽한 가운데, 국토부 관계자는 "호남고속철도를 새로 개통한다고 기존 노선을 갑자기 폐지하면 충청 주민들은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서대전역으로 몇 편을 경유시킬지는 앞으로 수요 변화에 따라 충분히 변경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한 철도 전문가는 "현재 호남선의 좌석 점유율(승차율)은 40%대인데 호남고속철도가 개통돼도 좌석의 절반밖에 차지 않아 여유가 있을 것"이라며 "전체 KTX의 운행 횟수도 늘기 때문에 그중 22%를 서대전역에 투입해도 불편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0년 경부고속철도 동대구~부산 구간(2단계 구간)이 신경주·울산으로 우회 개통할 때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지만 별다른 갈등은 없었다. 당시 국토부는 밀양과 양산 등의 수요를 고려해 KTX의 22.6%(하루 24회)를 기존 노선에 배정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2월 초까지는 갈등이 해소되고 운영 계획이 확정되어야만 예정대로 3월 개통이 가능하다"면서 "하지만 현재 양측이 자기주장만 해 협의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논란이 계속된다면 개통이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가칭)호남선 KTX 서대전역 경유 추진위원회 구성원들이 26일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호남선 KTX 서대전역 경유를 요구하고 있다. 이 단체는 서대전권 승객이 호남선 KTX 전체 이용객중 30%를 차지하고 있어 이용객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결국 코레일의 수익문제에 직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