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탈북자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지난 19일 밤 대북전단 10만장을 담아 북한으로 날린 대형풍선 5개 중 1개가 북한이 아니라 우리 남 측에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당시 날렸던 나머지 풍선 4개도 모두 남측에 떨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풍선에 장착했던 GPS(위성항법장치)를 추적한 결과다. 당시 자유북한운동연합은 미국 인권단체인 HRF(Human Rights Foundation)의 도움으로 5개의 대형풍선 중 2개에 GPS(위성항법장치)를 달았었다. 그 가운데 1개는 이후 통신이 두절됐지만 다른 1개가 남측에 떨어진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당시 대형풍선 1개마다 대북전단지 2만장씩이 달려있었다.

작년 10월 경기도 파주 통일동산에서 국내 민간단체들이 대북전단을 풍선에 달아 날리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자유북한운동연합을 후원하고 있는 미국 인권재단인 HRF(Human Rights Foundation)측으로부터 이 같은 사실을 전해들었다”며 “HRF는 대북전단에 GPS(위성항법장치)를 장착해, 전단의 낙하지점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자유북한운동연합 측은 지난 19일 밤 11시쯤 경기도 파주 탄현면에서 대북전단 10만장을 날려보낸 뒤인 하루 뒤인 20일 기자회견을 열어 전날 밤 대북전단 살포 사실을 알린 바 있다. 당시 기자회견에는 HRF 관계자들이 참석하기도 했었다.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도 본지 통화에서 이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그는 “GPS를 장착한 2개 중 1개는 남쪽에서 떨어졌지만, 낙하지점은 서울보다는 강원도에 가까운 지역으로 기억한다. 나머지 1개는 통신이 끊겼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 대표는 “전단을 띄운다고 모두 북한으로 갈 순 없고, 남쪽으로 떨어진 전단은 수거가 되면 다시 날린다”며 “3월이 오면 본격적으로 대북전단을 띄울 것”이라고 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19일 밤 11시 풍향은 ‘정온’(靜穩·풍속이 작고 풍향을 알 수 없음) 상태였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는 대부분 북서풍이 불었다. 경기 파주는 서울의 북서쪽에 위치하기 때문에, 대북전단이 북서풍을 탔을 경우 전단은 서울 방향으로 날아갔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나머지 대형풍선 4개도 북한이 아닌 남측에 떨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국내 탈북자단체들이 지난해 경기 파주 통일동산 주차장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준비하고 있다.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3대의 사진이 박힌 전단이 보인다.

이와 관련, 대북전단 공개 살포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자유북한운동연합의 전단 살포도 사실상 공개 살포 성격이 강하다. 이 단체의 박 대표는 당초 10일 전쯤부터 ‘1월 20일 대북전단을 살포하겠다’는 식의 예고를 해왔었다. 하지만 예정일이 다가오면서 통일부가 공개살포 자제 요청을 하자, 19일 밤 11시쯤 미리 대북전단을 날려보낸 것이었다.

이 때문에 여권 내에선 “앞으로 공개 살포는 제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정일의 풍향은 36시간 이전쯤에야 예측이 가능한데, 일주일이나 보름 전부터 전단 살포 일시를 언론에 알리는 것은 실효성보다는 공개 자체에 목적을 둔 측면이 강하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한 당직자도 “대북전단 살포 자체는 정부가 개입할 수 없지만, 실효성도 뚜렷하지 않고 접경지역 주민을 불안하게 하는 공개 살포는 정부가 제재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