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은 국군 포로 고(故) 한만택씨 남측 가족이 낸 소송에서 "국군 포로의 국내 송환 노력을 다하지 않은 국가는 국민 보호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며 한씨의 남측 가족에게 손해배상금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한씨는 6·25전쟁에 참전했다가 1953년 실종됐다. 한씨의 여동생과 조카 등 남측 가족들은 2004년 11월 북한에 살고 있는 한씨가 중국을 통해 귀환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고 그해 12월 국방부에 한씨의 무사 귀환을 위해 협조해달라고 부탁했다. 국방부는 지체없이 외교부에 통보해 협조 요청을 해야 했지만 그러질 않았다. 한씨는 며칠 뒤 실제 탈북해 남측 가족과 통화했다. 그러나 다음 날 곧바로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

한씨 가족은 당시 한씨의 구금 장소, 담당 공안원 이름과 연락처를 알아낸 뒤 강제 북송(北送)되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고 다시 국방부에 호소했다. 국방부는 그제야 외교부·국정원에 통보했다. 가족들이 처음 부탁한 지 9일 만이었다. 가족들은 중국 주재 한국 영사에게도 여러 번 전화를 걸어 한씨 체포 사실을 알리고 구출을 호소했다. 그런데도 이 영사는 중국 관계 기관에 한씨가 국군 포로라는 사실을 알리고 모국에 송환될 수 있도록 요청하지 않았다. 구금된 한씨를 방문하거나 면담하지도 않았다. 남쪽 가족들은 2012년 한씨의 재송환을 위해 노력해 오던 중 한씨가 북으로 강제 송환돼 가혹한 고문을 당한 후 정치범 수용소에 갇혀 있다가 2009년 숨졌다는 사실을 파악했다고 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나라를 지키려고 참전했다가 붙잡힌 국군 포로를 송환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 책무이자 도리"라며 "담당 공무원들이 그 책무를 다하지 못해 50년이 넘는 기간 염원했던 한씨의 귀환이 무산되고 어렵게 탈북한 한씨가 사망에 이르게 됐다"고 했다. 이러고도 대한민국을 제대로 된 국가라고 할 수 있겠는가. 한씨 가족들이 오죽 억울했으면 소송까지 했겠는지 헤아려봐야 한다. 정부는 이제라도 해야 할 일을 다하지 않은 공무원들을 엄중 문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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