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사회과학원이 지난해 말 내놓은 학보 최신호에서 '한반도 긴장 완화를 통해 남북한은 동북아시아의 경제 협력에서 역할을 강화할 수 있다'면서 두만강 지역 개발 프로젝트를 '주요 다국 간 협력 대상 사업'으로 제시했다고 한다. 사회과학원은 북한판 국책 싱크탱크다. 이 기관은 '원유와 천연가스 수송관의 부설,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조선(남북한) 종단철도의 연결도 주목되는 협력 사업'이라고도 했다. 최근 우리 측 대통령 직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와 관련 업계가 내놓은 두만강 개발 구상과 별로 다르지 않은 내용이다. 북이 경제난과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해 남북 경협에 어느 때보다 적극적이라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문제는 북한이 말로만 이런 의욕을 보일 뿐 실천으로 옮기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측은 지난달 29일 통일준비위를 통해 "1월 중에 남북 회담을 열자"고 제안했다. 북측에 먼저 손을 내민 것이다. 김정은도 신년사에서 남북 고위급 접촉 재개와 함께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까지 언급해 우리 측 제안에 화답하는 듯한 인상을 줬다. 그러나 북은 그 뒤 '한·미(韓·美) 군사 훈련 중단' '대북(對北) 전단 살포 중지' 등을 남북 또는 미·북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면서 변죽만 울려댔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제 신년 회견에서 "(탈북자 단체 등에) 몇 차례 (전단 살포) 자제를 요청해 왔고 앞으로도 지혜롭게 해 나갈 것"이라고 한 건 그런 북을 거듭 배려한 발언이라 할 수 있다.

북은 우리의 대화 재개 의사를 '저자세' 등으로 잘못 읽어선 안 된다. 어떻게든 꽉 막힌 남북 관계를 풀자는 것은 우리 측이 아쉬운 게 있어서가 아니라 남과 북이 평화와 번영으로 함께 나아갈 계기를 만들어보자는 뜻에서다. 우리 정부는 대화가 시작되면 5·24 조치,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북이 관심을 갖고 있는 모든 현안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상태다.

북은 핵·미사일 개발, 인권 문제에 이어 최근 '소니 해킹'까지 저지른 것으로 드러나면서 국제적 고립이 더 깊어졌다. 북측 역시 지금 상황에서 유일한 출구는 남북 대화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북은 자꾸 엉뚱한 조건을 붙이지 말고 우리와 대화를 할 것인지 아닌지에 관한 입장부터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설을 맞아 이산가족 상봉을 재개하는 것으로 꼬여 있는 남북 관계의 매듭을 풀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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