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경기도 의정부시 아파트 화재 당시 119에 첫 신고가 들어온 것은 이날 오전 9시 27분이었다. 소방차는 신고 접수 후 6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그러나 아파트 입구 길 양쪽에 불법 주차하고 있던 차량 20여대를 밀어내느라 소방차는 10분 가까이 지체된 뒤에야 진입할 수 있었다. 소방대원들은 견인차로 일일이 차량을 옮겼다. 그러는 사이 1층 주차장 오토바이에서 시작된 불은 순식간에 인근 아파트 2개 동으로 옮아붙었다. 불이 완전히 진압된 것은 2시간이 넘은 오전 11시 44분이었다. 이 불로 주민 4명이 숨지고 12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조그만 불이 대형 참사로 이어진 건 불법 주차된 차들로 진화를 조기에 할 수 없었던 탓이 컸다.

소방방재청의 2013년 조사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소방차 진입이 불가능한 지역이 1600곳, 716㎞에 달한다. 주거지역이 60%인 968곳(428㎞)으로 가장 많다. 전통시장 등 상업지역이 349곳(137㎞)으로 그다음이다. 주거지역 중 아파트 단지 478곳도 소방차 진입이 곤란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차 진입을 가로막는 요인은 대부분 상습 불법 주정차와 좁은 진입로였다.

서울의 경우 전체 주차면 숫자를 차량 등록 대수로 나눈 주차장 확보율이 명목상으론 98%에 이른다. 차량 등록 대수 100대당 주차면 수가 98개로 주차 공간에 그런대로 여유가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다가구·다세대 주택이나 아파트 밀집 지역은 주차장 확보율이 대부분 60% 이하다. 경기도도 주차 공간을 확보하고 있는 주민은 48%밖에 안 된다. 주차장이 부족하니 주민들은 날마다 주차 전쟁을 치르고, 주택가 골목길마다 불법 주차된 차들로 꽉 막혀 있다.

소방차가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진입로를 막고 있는 불법 주차를 줄이려면 획기적인 주차장 확보 정책이 필요하다. 전국 주차장 가운데 90%, 1550만 면이 공공청사·교회·은행 같은 각종 기관의 부설 주차장이다. 공공청사나 은행 같은 곳의 부설 주차장은 야간에, 교회 주차장은 평일에 텅 비어 있다. 이 주차장을 야간·평일에 주민에게 개방하도록 유도하고 주차 관리는 지자체에서 해주면 주차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충남 공주시는 교회 47곳의 부설 주차장을 주민에게 개방해 1812대가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다.

공원이나 학교 운동장의 지하에 공영(公營) 주차장을 짓는 것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주거 밀집 지역에서 소형 승용차를 갖고 있는 저소득층 주민에게 공영 주차장을 우선 이용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중·대형 승용차를 새로 구입하는 사람들에겐 대형차부터 단계적으로 주차장 확보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주차장을 의무화하면 주민들 비용 부담은 늘 수밖에 없다. 하지만 비용을 걱정해 주차장 의무화를 미루다가는 자신의 생명을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설] 대통령 인식과 民心의 큰 격차 어떻게 메꿀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