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8일 비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장석효 한국가스공사 사장의 해임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건의하기로 했다. 윤 장관은 가스공사가 7일 이사회에서 장 사장 해임안을 표결 끝에 부결시키자 이같이 결정했다. 사외이사 7명이 참석한 표결에서 해임안 찬성 4표, 반대 3표가 나왔다. 해임안이 가결되려면 5명이 찬성해야 한다.

장 사장은 2013년 7월 가스공사 사장으로 취임하기 전 2011~ 2013년 예인선 업체 대표로 있었다. 그는 이 업체 이사 6명에게 보수 한도 6억원을 초과해 연봉을 많이 주고 자신도 법인카드로 가족 해외여행 경비를 지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로 인해 예인선 업체가 입은 손해는 30억3000만원 상당이라고 밝혔다. 장 사장은 가스공사 사장에 취임한 이후에도 작년 4월까지 이 업체로부터 법인카드를 받아 1억6300만원어치를 사용하는 등 2억8900만원의 금품과 향응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또 사장 취임 후 1년 2개월 동안 고급 승용차를 이 업체로부터 받아 사용하고 리스료를 대신 내도록 했다고 한다. 이 업체는 가스공사의 LNG(액화천연가스) 수송선 예인(曳引) 업무를 독점하고 있어 수익을 거의 전적으로 가스공사에 의존하고 있다.

장 사장은 작년 9월부터 부패·비리 행위자의 징계를 강화하고 비리 사건에는 직속상관에게 관리 책임을 묻는 등 대대적인 부패 방지 대책 시행에 들어갔다고 한다. 그러나 비리 혐의를 받는 장 사장이 임직원들 비리를 제대로 다스릴 수 없으리라는 건 뻔한 일이다. 장 사장 스스로 사퇴해야 했다. 장 사장은 자신이 불구속 상태라서 사장 직무 수행에 지장이 없다고 주장했다지만, 법정(法廷)에 들락거리는 조직의 대표를 보며 임직원들이 무슨 생각을 할지 되돌아봤어야 한다. 사외이사 3명이 장 사장 해임안에 반대표를 던진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경영진을 감독·견제해야 할 사외이사의 역할을 포기한 것이다.

이번 사태는 비리 혐의자가 버젓이 공공기관 사장으로 버티고, 사외이사들 일부는 그런 사장을 감싸고도는 공기업의 단면을 보여줬다. 이러니 정부가 아무리 공기업을 개혁한다고 떠들어봤자 국민은 아무도 믿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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