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변호사회는 6일 소속 회원들이 지난해 법정에서 경험한 모범(模範) 재판 사례와 문제 재판 사례를 법관 평가 결과와 함께 공개했다. 서울변회 소속 변호사 945명이 전국 법관 2795명 가운데 1741명에 대해 공정성·언행·직무능력 등과 관련한 10항목을 평가한 결과 100점 만점에 95점이 넘은 '우수 법관'이 6명, 50점 미만 낙제점을 받은 법관이 16명으로 나타났다. 서울변회는 우수 법관 이름은 공개했다.

우수 법관 가운데는 두서가 없는 재판 당사자의 주장이라도 끝까지 경청하고 사건 기록을 완전히 꿰뚫어 3년 내리 95점 이상을 받은 판사도 있었다. 하지만 당사자나 변호인에게 막말을 하는 등 고압적 태도로 재판을 진행하거나 선입견을 내비친 사례가 수십 건에 달했다. 낙제점을 받은 16명 중엔 최근 5년 사이 4차례나 '꼴찌 5위'에 들었거나 평점이 12.9점에 불과한 판사도 있었다.

어느 판사는 변호인에게 "법원에 도전하는 거냐. 법대로 해주겠다"고 윽박질렀다고 한다. 피고인을 질책해 '잘못했습니다' 하는 답변을 끌어내거나, 변호인에게 "그냥 놔뒀더니 신났네" 하며 비아냥거린 판사가 있었다. 판사가 재판 도중 "공무원 ××들 하여튼…" 하며 막말을 퍼붓거나, 증인에게 "저런 사람이 무슨 공인 중개사를 한다고" 하며 면박을 주기도 했다.

7년째를 맞은 서울변회의 법관 평가는 초기엔 400~500명가량만 참여했지만 최근엔 회원의 10%가량인 1000명 안팎이 참여한다. 법원은 처음에는 '재판 독립을 해친다'는 이유로 평가 결과를 전달받고도 들여다보지 않았다. 그러다가 요즘 들어서는 낙제점을 받은 판사에게 평가 결과를 알리거나, 정도가 지나치다 싶은 판사는 재판 당사자들을 직접 접촉하지 않는 업무에 배치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의 일부 주(州) 법원에선 변호사의 법관 평가 결과를 인사 참고 자료로 활용하고, 연방법원 판사에 대한 의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선 변호사 단체 의견이 비중 있게 반영된다. 일본은 변호사들로부터 문제 있다는 평가를 받은 판사에 대해선 법원장이 서면조사·면담을 해야 하고, 법관 재임용 때는 외부 인사로 구성된 자문위원회의 의견을 듣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막말이나 선입견으로 재판을 하는 판사들을 방치하면 당사자들이 판결에 승복하지 않게 된다. 결과적으로 법원에 대한 신뢰까지 추락한다. 우리도 이제 법관 임용·재임용이나 인사 평정 등에 변호사 단체를 포함한 법원 외부의 의견을 듣도록 제도화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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