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산업 육성을 위한 국가 차원의 지원 제도들이 수십 년 동안 그대로 유지되면서 막대한 국고 손실을 부르는 것은 물론 각종 부패와 비리의 고리로 작용하고 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6일 나왔다. 감사원 발표를 보면 작년 4월 현재 '방산(防産) 물자'로 지정되어 있는 1317개 품목 중 237개(18%)는 진작 지정을 취소하고 경쟁 체제로 전환했어야 함에도 방위사업청은 그대로 유지시켜줬다. 방산 물자로 지정되면 해당 업체는 독점(獨占) 공급권을 보장받고 각종 혜택도 뒤따른다. 감사원은 이 품목들에 경쟁 체제를 도입했을 경우 품목별로 11.4~34.89%씩 원가 절감이 가능했다고 밝혔다. 이 품목들에 11.4%만 원가 절감을 했어도 지난 5년간 3818억원의 세금이 새어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또 방산업체가 설비에 투자할 경우 정부가 그 비용을 매년 나눠서 보상해주는 보상 비율도 지나치게 높게 책정해 지난 5년간 2175억원이 업체들에 과다(過多) 지급된 것으로 밝혀졌다. 금리가 비정상적으로 12%에 달했던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때를 기준으로 보상 비율을 높게 책정했다는 것이다. 방산업체 중에는 28년 전 기술을 토대로 아직까지 방산 물자를 생산하고 있는 업체까지 남아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국회의 국정감사에선 방산 업계가 얼마나 썩어 있는지 낱낱이 드러났다. 2억원짜리 수중 음파탐지기를 41억원에 계약한 통영함 사태 외에 K-11 소총은 자석만 대면 격발돼 '아군 살상용'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었다. 몇 년씩 뒷돈을 받아가며 방산업체에 정보를 누설하고 편의를 봐준 전·현직 장교들도 여럿 구속됐다. 방사청이 5일 팀·과장 절반 이상을 바꾼 것도 이런 비리를 조금이라도 막아보려는 시도일 것이다.

정부가 국가적 차원에서 방위산업을 본격 육성하기 시작한 것은 42년 전인 1973년이다. 그때부터 일단 방산 물자로 지정되면 독점 납품권 외에 투자 비용을 실비(實費) 기준으로 보상해주고, 각종 보조금 지원 혜택을 주고 있다. 이런 지원 덕분에 국내 방위산업은 단기간에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신기술이 개발되는 시대에 한번 방산 물자 생산업체로 지정되면 오랫동안 똑같은 혜택을 계속 준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런 회사들이 새로운 기술 개발에 열중할 턱이 없다.

감사원은 군납(軍納) 비리도 업계 풍토가 180도 바뀌었다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뿌리 뽑아야 한다. 그러나 그 전에 신기술을 개발하는 방산업체일수록 돈을 더 벌 수 있도록 경쟁 체제를 확대해 가야 우리 방위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사설] 변호사의 法官 평가, 人事에도 반영할 수 있어야
[사설] 돈 없다 엄살떨면서 '長壽수당' 펑펑 뿌리는 지자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