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건축계의 핫 이슈는 '공유'(共有·sharing)다. 물건이나 서비스를 개인이 100% 소유하지 않고 필요한 만큼 쓰고 필요 없을 땐 나눠 쓰면서 효용을 높이는 '공유 경제'가 유행이더니 건축으로 옮아왔다. 이 '공유 건축'의 흐름 한가운데에 한 젊은 건축가가 있다. 2011년 대구 어울림야외극장 설계로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을 받았고, 서울시 공공건축가로 활동 중인 조재원(45·공일스튜디오 대표)씨다.

그녀의 집과 일터 자체가 살아 있는 공유 실험이다. 골드미스인 그녀는 서울 통의동에 있는 셰어하우스 '통의동집'에 산다. 줄곧 부모님과 살다가 지난해 독립했다. 셰어하우스는 방은 각자 쓰고 주방·거실·샤워실·화장실은 하우스메이트(house mate)와 함께 쓴다. '주인 없는 하숙집'이다. 이태원에 있는 그녀의 사무실 '커튼홀'은 한 지붕 아래 세 건축가가 함께하는 '공유 사무실'. 상가 건물 한 층을 개조해 연세대 건축학과 선후배인 건축가 김광수·구승회씨와 건축사무소는 따로 하며 사무실은 같이 쓴다. 영화 '건축학개론'의 배경으로도 유명해진 곳이다.

건축을 개척하는 건축가 조재원씨. 뒤로‘카우앤독’이 뜻하는‘Co-work’‘Do good’이란 문구가 보인다.

조씨는 아예 공유를 콘셉트로 내세운 건물까지 설계했다. 최근 서울 성수동 공장 지대에 들어선 4층 건물 '카우앤독(Cow&Dog)'이다. "개나 소나 일하는 곳이냐고요? Cow는 'Co-work(협업)', Dog는 'Do good(좋은 일을 하다)'에서 따온 말이에요." 이 건물에서 만난 그녀가 웃으며 벽에 쓰인 단어를 가리켰다.

소셜벤처 육성 회사인 'Sopoong'이 건축주인 이 신축 건물의 전체를 아우르는 공통분모는 역시 공유. 조씨는 '소셜 벤처들이 협업하는 플랫폼'이라고 건물 성격을 규정했다. 1층은 회원제로 운영되는 카페형 코워킹 공간. 회원이 되면 사업자등록 주소로 쓸 수 있는 사서함과 사물함이 제공된다. 2층엔 예약제로 운영되는 회의실, 전화 부스부터 샤워장까지 있다. 3층은 공유 사무실이다. 김범수·김정주·김택진·이재웅·이해진 등 벤처 1세대 5인이 만들어 화제를 모은 벤처 자선 회사 'C프로그램', 공간 공유 플랫폼 '스페이스 클라우드', 'Sopoong' 등이 칸막이 없이 쓴다. 4층은 카셰어링(자동차 공유) 업체 '쏘카' 사무실이다.

조씨는 "도심 밀도는 점점 높아가고 개인이 쓸 수 있는 공간은 줄어간다. 공간을 점유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면 공회전되는 공간을 풍성하게 쓸 수 있다"고 했다. 굳이 큰 사무실이 필요 없는 1인 사업자라도 때때로 외부인들과 회의할 장소가 필요하다. 카우앤독의 회의실은 이런 개인들이 돌아가며 쓴다.

공간 공유는 현대인의 고독함을 해소하는 방편이라고도 했다. "그 사이 개인들이 소셜네트워크를 하면서 온라인에서는 '정서적 근거리'를 만들어 왔어요. 이게 오프라인으로 옮아오면서 공간을 공유하는 형태가 된 겁니다. 혼자 일하거나, 혼자 살다 보면 외로워요. 비록 다른 일을 하는 남이지만 곁에 있는 누군가의 온기를 느낀다는 것, 그 자체가 때론 힘이 되지요."

서울 성수동 공장 지대에 들어선 소셜 벤처 공유 건물‘카우앤독’1층. 회원제로 운영되는 카페형 코워킹 공간이다. 개인 사무실이 없는 1인 사업자를 위해 사서함과 사물함도 있다.

조씨는 내친김에 공유 관련 사이트를 묶어 '우연한공동체의집복덕방( woogongzip.com )'이란 온라인 공유 플랫폼도 만들었다. 이 과정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협력적 주거공동체'(25일까지)전에 전시 중이다.

"건축 프로젝트를 할 때 입버릇처럼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말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보니 살던 아파트 경비 아저씨 얼굴도 기억이 안 나더라고요. 피상적 건축 이론에만 갇혀 있었던 거지요. 부끄러웠습니다." 조씨는 '공유 건축'을 고민하면서 현실과 눈높이를 맞추는 건축가가 된 것 같다며 함박웃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