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프리카에 파견된 한국 의료대원 1명이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이 의심돼 독일로 긴급 후송됐다. 이미 파견했거나 파견 예정인 한국 의료대원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에볼라 위험 지역인 시에라리온에 1진으로 파견된 한국 의료대원은 10명이다. 감염내과 전문의 등 의사 4명과 간호사 6명으로 구성됐다. 이 중 한 명이 지난해 12월 30일 시에라리온의 고드리치 에볼라치료소(ETC)에서 환자 채혈을 하던 중 바늘에 스쳐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 위기에 놓였다.

해당 의료대원은 환자 치료 도중 환자가 크게 움직이면서 왼쪽 두 번째 손가락 부위의 장갑이 찢어져 주삿바늘에 닿았다. 환자는 에볼라 바이러스 수치가 높았고 다음날 숨졌다.

시에라리온에 파견된 한국 의료대원이 독일 베를린 소재 샤리테 의대병원에 긴급 후송됐다. 파견됐거나 파견 예정인 한국 의료대원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복지부는 의료대원의 에볼라 감염 우려로 독일로 즉각 후송했다. 샤리테 의대병원에서 3일 실시한 채혈검사는 음성 판정이 나왔다. 에볼라 바이러스의 잠복 기간은 평균 8~10일에서 최대 21일이다. 샤리테 의대병원 의료진은 만에 하나 후송된 한국 의료대원에게 이 기간 중 고열, 구토, 출혈 등 에볼라 감염 증상이 나타나면 동물실험을 거친 에볼라 치료제인 지맵을 투여할 것으로 보인다.

후송된 의료대원 외에도 시에라리온에 남아있는 의료대원들 역시 감염 위험에 여전히 노출돼 있다. 시에라리온에는 현재 독일로 후송된 1명을 제외한 9명이 남아 의료활동을 벌이고 있다.

에볼라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은 환자와 접촉할 기회가 많아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일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자는 2만381명으로, 이 중 7989명이 사망했다. 의료진 감염자는 660명이고 절반이 넘는 375명이 숨졌다. 전체 에볼라 사망자로 보면 5%를 차지한다. 의료진은 에볼라 감염 매개체인 환자의 혈액이나 침, 소변 등에 노출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에볼라 감염 환자는 국가별로 25~90%에 이르는 높은 치사율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 의료대원이 파견된 시에라리온은 에볼라 치료에 참여한 의료진 가운데 143명이 감염돼 이 중 110명이 숨져 치사율이 77%에 이른다. 감염 후 회복된다 하더라도 에볼라 바이러스 항체는 10년 이상 지속된다. 후유증으로 관절이나 시력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의료 전문가들은 파견 의료대원이 완벽한 보호장비를 갖추고 반복 훈련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의료진은 속장갑, 보호복, 속덧신, 겉장갑, 겉덧신 등 환자와 완전히 밀폐된 보호장비를 갖춰야 한다. 착용하는 데만 2시간이 소요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파견 의료대원은 영국에서 1주일간 사전훈련을 실시한 후 시에라리온에서 1주일간 현지 적응 훈련을 실시한 다음 의료지원 활동에 나섰다”고 밝혔다.

보호장비를 갖추고 훈련을 했더라도 지침대로 하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의료계 관계자는 “에볼라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은 2인 1조로, 한 명은 환자의 움직이지 않게 잡고 다른 한 명이 치료해야 한다”라며 “위중한 상태의 환자가 많고 일손이 모자라 훈련지침을 따르지 않았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계는 파견 의료대원의 정확한 훈련 내용과 과정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에 하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전문가들 간 대응체제를 공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현영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현재 파견 의료진의 정보를 알 수 없고 훈련내용이나 현지 위험 발생상황도 알 수 없다”라며 “파견 의료진의 훈련 내용을 국내 의료진도 숙지하고, 위험에 노출되는 상황에 상시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에볼라 격리병원인 네브라스카메디컬센터(NMC)의 필 스미스 박사는 “현재 상태로는 에볼라에 대해 정확히 알거나 이해하기 어렵다”라며 “보다 많은 정보가 필요하고 전문가들이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병원들의 에볼라 대응 점검도 필요하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아프리카 체류 후 귀국한 한 에볼라 의심 환자는 국가지정 감염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병원이 치료를 거부했다. 국가지정 감염병원 관계자는 “에볼라 의심 환자가 오면 다른 환자들이 병원에서 치료받기를 꺼리게 된다”라며 “국가 차원의 에볼라 의심환자 전담병원 한 곳을 지정해 철저한 감염 관리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에볼라 의심 의료대원이 독일로 이송된 이유는 환자의 익명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한국 정부와 의료진은 시에라리온 파견 당시 의료진의 직업, 나이, 성별 등 신원을 공개하길 꺼렸다. 샤리테 의대병원에도 특별히 익명 보장을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랭크 베르그만 샤리테 의대병원 박사는 “한국 정부가 유럽에 치료 지원을 요청해 의심환자가 시에라리온에서 곧바로 독일로 왔다“며 “우선 거리가 가까운 이점이 있고, 한국 정부와 의료진이 개인 정보를 공개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시에라리온에 파견된 한국 의료진 1진은 이달 24일까지 의료지원 활동을 펼친다. 의료대원 2진은 이달 10일, 3진은 2월 7일 파견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