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한국석유공사의 해외 자원 개발 투자 실패와 관련해 강영원 전(前) 사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산업통상자원부에 강 전 사장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등 민사상 책임을 묻도록 통보했다. 감사원이 퇴직한 공기업 최고 경영자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추궁하기로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감사 결과를 보면 공기업들의 해외 자원 개발 투자가 얼마나 허술했는지 드러난다. 석유공사는 2009년 캐나다 에너지 회사인 하베스트를 인수하면서 유전 개발 부문뿐만 아니라 애초 계획에 없던 계열 정유 회사도 함께 사들였다. 하베스트가 협상 막판에 정유 회사 인수를 조건으로 내걸자 제대로 검토도 하지 않은 채 받아들인 것이다. 그 때문에 정유 회사를 실제 가치보다 3133억원이나 비싸게 샀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이 과정에서 강 전 사장은 고가(高價) 매입 논란을 피하기 위해 계약 내용을 사실과 다르게 꾸미도록 지시하고, 이사회에도 허위 설명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감사원은 석유공사가 2009년 인수한 카자흐스탄 석유 기업 숨베와, 광물자원공사가 2006년 투자한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 광산도 경제성이 부풀려졌다며 관련자 징계를 요구했다. 앞으로 국회 국정조사와 검찰 수사에서 비슷한 문제가 숱하게 드러날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대통령 프로젝트'로 해외 자원 개발을 밀어붙이면서 많은 무리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투자 결정에 대통령의 측근과 직계 가족, 미국의 대형 금융회사에 근무하는 대통령 측근의 아들 등이 관련됐다는 의혹이 여럿 제기됐다. 무슨 잘못이 있었는지 따져보고 계약부터 돈거래 과정에서 불법이나 비리가 있었다면 민·형사상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투자 결과 손실이 났다고 해서 무조건 책임을 묻는 방식이 돼선 안 된다. 해외 자원 개발은 원래 실패 위험이 무척 크다. 중국이 해외 유전과 광산을 싹쓸이하다시피 하는 바람에 광구(鑛區) 가격이 급등하고 있었던 당시 상황도 감안해야 한다. 지금 잣대로 과거의 실패를 단죄(斷罪)한다면 해외 자원 개발 투자는 불가능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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