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2년 시한으로 도입했던 부유세(富裕稅)를 1일자로 폐지했다. 프랑스 부유세는 기업이 100만유로(약 13억원) 넘는 연봉을 주면 초과분에 대해 사회보험 부담금을 포함해 최대 75%의 세금을 기업에 매기는 것이다.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2012년 대선(大選)에서 부자에게 세금을 더 걷어 경제 위기를 극복하겠다며 내세웠던 공약이다. 처음엔 개인에게 과세하려 했지만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받고 기업에 부담을 떠넘겼다.

프랑스가 지난 2년간 부유세로 거둔 세금은 4억2000만유로(약 5600억원)로 목표 세수의 2%에 불과했다. 가뜩이나 법인세율(33%)이 높은데 부유세까지 겹치자 850여 프랑스 기업들이 본사를 스위스로 옮기는 등 '세금 망명(亡命)'이 만연했다. 스위스 법인세율은 12%에 불과하다. 그 결과 프랑스는 3년 연속 0%대 초반 성장률에 머물렀고 실업자 수는 작년 11월 사상 최고인 350만 명으로 치솟았다. 올랑드 정부는 어쩔 수 없이 부유세를 폐지하고 일자리를 만든 기업에는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계획까지 내놨다.

세계 최고 수준인 35%의 법인세율을 유지하던 일본도 경기 활성화를 위해 기업 감세(減稅)에 나섰다. 일본은 올 4월부터 법인세율을 2.5%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장기적으론 세율을 20%대까지 낮출 계획이다. 중국·한국 기업과 경쟁하려면 기업 감세가 불가피하다는 게 일본 정부의 얘기다.

하지만 한국은 거꾸로 가고 있다. 정부는 올해부터 기업소득환류세라며 기업 이익의 80% 이상을 임금 인상, 배당, 투자 등에 사용하지 않으면 추가로 기업 이익에 10%의 세금을 더 매기기로 했다. 사실상 법인세 인상이다. 최경환 부총리는 이에 대해 법인세율을 2.2%포인트 인상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야당은 한술 더 떠 현재 22%인 법인세 최고세율을 25%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불황기에 기업에 세금 부담을 얹으면 기업 활동이 위축되고 법인세수도 덩달아 줄어들 위험이 크다. 세계 주요국들이 재정(財政)이 어려운데도 법인세를 낮춘 이유는 그 때문이다. 어느 정책이든 시기 선택이 중요하다. 지금은 기업의 기(氣)를 살리고 경기에 불을 땔 방법을 찾을 때다. 기업에 세금 더 내라고 윽박지르면 투자 의욕만 위축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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