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월부터 체육계 비리를 조사해 온 문화체육관광부가 28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비리 신고센터에 들어온 제보 269건 중 29건에 대해 구체적인 비리를 확인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에 송치한 건수는 두 건, 수사 의뢰한 것도 두 건에 그쳤다.

드러난 비리 자체는 혀를 내두를 정도다. 어느 대학 유도팀 감독은 자기 아들을 대학에 특례 입학시키기 위해 아들과 맞붙을 고교팀 감독·코치들에게 승부 조작을 부탁한 혐의가 드러났다. 이 사람 아들은 우승할 때까지 두 경기는 기권승을, 나머지 세 경기는 제대로 힘도 쓰지 않는 상대를 시작하자마자 메다꽂아 한판승을 거뒀다고 한다. 어느 국가대표 감독은 대표팀 전지훈련비 10억원을 빼돌리면서 차명 계좌까지 동원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체육계 비리로 놀란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축구·야구·배구·농구의 4대 프로 스포츠에선 돌아가며 승부 조작 추문(醜聞)이 터져 나왔다. 작년 5월엔 태권도 선수의 아버지가 승부 조작에 항의하며 자살했다. 지난 2월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러시아 국기를 가슴에 달고 메달을 쓸어간 안현수 선수가 러시아로 귀화한 이유도 체육계 파벌 싸움 때문이라는 얘기가 많았다.

그러나 문체부가 검찰·경찰 인력까지 차출받아 정화(淨化)의 칼을 빼든 것치고는 싱거운 결말이라는 느낌이다. 열 달 넘게 조사했으면서 겨우 두 건을 검찰에 송치하는 데 그쳤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문체부 신고센터에는 정권 비선(袐線)이라는 얘기를 들었던 사람의 딸을 국가대표로 특혜 선발해 줬다는 의혹을 받은 승마협회 관련 제보도 10건 들어왔지만 조사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다. 정치권·경제계의 실력자들이 경기연맹의 회장 등으로 있으면서 연맹을 사(私)조직처럼 부렸다든지 하는 민감한 부분에는 손을 댄 흔적도 없다.

문체부가 하필 일요일을 골라 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도 왠지 석연치 않다. 결과가 보잘것없거나 뭔가 말 못할 사정이 있어서 주목받는 걸 꺼렸다는 인상만 줄 따름이다. 정부가 체육계 비리 척결을 외치며 요란하게 빼들었던 칼을 슬그머니 뒤로 물리는 것을 보면서 앞으로도 체육계 비리로 놀라는 일을 각오해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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