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02개 공공기관과 은행 등에서 신입사원을 올해보다 2.9% 늘어난 1만7187명 뽑을 예정이지만, 이 가운데 고졸자(高卒者)는 134개 기관에서 1772명만 뽑는다고 한다. 작년 2112명이던 것이 올해 1933명으로 줄더니 내년엔 더 줄인다는 것이다.

지난 정부에선 공공기관 평가 때 고졸자 채용 실적을 반영하는 등 특성화고(실업고) 장려 정책을 펴 상당히 성과를 냈다. 2001년 48.4%에서 2009년 16.7%까지 떨어졌던 특성화고 취업률이 2013년 40.9%까지 올라갔다. 2009년 73.5%였던 특성화고 대학 진학률도 2013년 41.6%까지 떨어졌다. 그랬던 고졸자 채용 우대 정책이 정부가 바뀌자 시들해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8일 청년위원회 회의에서 올 1월 스위스 직업학교를 방문했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굉장히 부럽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스위스 학생들은 16세 때 직업학교에 들어가 이틀은 학교에서 배우고 사흘은 기업에서 실습(實習)을 하는 식으로 교육을 받는다. 졸업 후엔 대다수가 실습했던 기업에 취직한다. 스위스엔 그런 직업학교가 410군데 있다. 스위스의 대학 진학률은 우리의 절반도 안 되는 29%(2009년)이지만 청년 실업률은 7%(2013년)로 우리(10.9%)보다 훨씬 형편이 낫다. 스위스의 1인당 국민소득(2012년 7만8754달러)은 우리의 세 배다.

이명박 정부에서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것 중 하나가 실업고 우대 정책이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뀐 후 정부는 공공기관들을 상대로 '경력 단절 여성'의 채용 실적을 늘리도록 압박을 가하고 있다. 그러자 공공기관들이 고졸자 채용을 외면하고 시간제 근로자 늘리기에 나섰다. 정부 말을 믿고 실업고를 선택했던 학생과 학부모는 정부를 원망하고 있을 것이다. 다음번 정권이 들어서고 나면 시간제 근로자 채용을 늘렸던 공공기관들이 또 어떻게 얼굴을 바꿀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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