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정세균 의원이 26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내년 2월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에 불출마하겠다고 선언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정세균 의원이 26일 새 당대표를 뽑는 2·8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로써 '빅3(문재인·박지원·정세균) 경쟁 구도'가 깨졌다. 당대표 선거가 문·박 의원의 '양강(兩强) 대결'로 흘러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비주류 쪽에서는 '제3 후보' 대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정 의원은 이날 국회 당대표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번 전대가 통합과 희망, 미래를 함께 녹이는 혁명적 용광로가 되도록 미력이나마 힘을 다하겠다"며 "국민의 요구와 당원 동지 여러분의 열망에 부응하고자 2·8 전대 대표 경선에 나서지 않겠다"고 말했다. 앞서 강창일·정성호·노웅래 의원 등 '성명파' 30명 의원은 빅3 동반 불출마를 요구했다.

정 의원은 문·박 의원의 거취에 대해서는 "자신들이 판단할 문제"라고 했다. 정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문·박 의원에게 일종의 경고장을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문·박 의원의 불출마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문 의원은 이날 정 의원의 불출마에 대해 "당의 앞날에 대한 뜨거운 사랑에서 내린 결단으로 이해한다"며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국민 모두에게 박수받는 훌륭한 전대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도 출마 결심을 굳힌 상태다. 당 안팎에서는 양강 구도로 선거 구도가 변화했어도 사실상 당내 최대 계파(친노) 수장인 문 의원이 앞서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정 의원도 범(汎)친노로 분류되기 때문에 그의 불출마는 오히려 문 의원 측에 득이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다만 일부 비공식 대의원·당원 대상 여론조사에서 박 의원이 앞서는 결과가 나온 것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문·박 캠프 모두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새로운 당대표를 선출하는 선거가 '김대중 비서실장 대 노무현 비서실장' '호남 대 영남' '친노 대 비노'와 같은 대결 구도가 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성명파 등 비주류 측에서는 일단 후보 등록일(29~30일)까지 문·박 의원의 불출마 결단을 계속 촉구하면서 양강 구도를 깨기 위한 '플랜 비(plan-B)'를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제3후보' 영(0)순위로 거론돼온 김부겸 전 의원은 일단 불출마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상황이라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많다.

486 주자인 이인영 의원이 당내 젊은 층 진보 성향 의원들의 지지를 받고 있고, 비노 진영의 전병헌 의원도 최고위원 선거에서 당대표 선거로 체급을 올려 출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중도 성향의 김영환·김동철·박주선 의원도 후보 단일화에 들어갔다.

성명파의 한 의원은 "아직까지는 경우의 수가 많다"며 "예비 경선에서 빅2에 대한 적극적인 배제 투표로 빅3 불출마에 대한 당원·대의원들의 의지를 확인시켜줘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