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은 23일 야당이 지명하도록 되어 있는 국회도서관장직(차관급)에 이은철 성균관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를 추천했다. 이 내정자는 한국문헌정보학회장, 전국 사립대 도서관협의회장을 지낸 학자이다. 야당과는 어떤 정치적 연(緣)도 없다고 한다. 새정치연합은 "전문가들로 구성한 추천위원회에서 네 차례 심사를 거쳐 그를 뽑았다"고 했다.

국회도서관은 소장 도서·자료가 900여만건, 연간 이용자가 1900만명에 달하는 우리나라 최대 도서관이다. 의원들 입법 지원을 위해 세워졌지만 지금은 국내외 지식·학술 정보를 수집·보존하고 국민에게 제공하는 역할이 훨씬 크다.

선진국들은 국회도서관장직을 나라와 국민의 지적(知的) 수준을 상징하는 자리로 여기며 자기 나라의 지성(知性)을 대표할 수 있는 인물을 임명하고 있다. 세계 최고 도서관이라는 미국 의회도서관의 제임스 빌링턴 관장은 하버드대·프린스턴대 교수를 지낸 역사학자로 지금까지 27년째 일하고 있다.

우리 정치권은 1987년 도서관장직을 제1 야당 몫으로 합의한 이후 원외 지구당위원장, 고참 정당 당료, 선거 공신(功臣) 같은 정치인들을 앉혔다. 새정치연합이 2년 전 추천한 현직 도서관장도 의원 보좌관, 총리실 수석을 지낸 정치권 출신이다.

새정치연합은 올해 7·30 재·보선 패배 후 정치혁신위원회를 만들어 여러 차례 "국민이 동의하지 않는 기득권부터 내려놓겠다"고 했다. 그 첫 성과물로 내놓은 게 이번 국회도서관장직 인선(人選)이다.

새정치연합으로선 야당이 지명할 수 있는 국회 내 최고위직을 당 밖의 전문가에게 내놓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아쉬움은 언젠가 반드시 보상을 받게 될 것이다. 새정치연합이 앞으로 당내에서도 이런 인적(人的) 쇄신을 이어가면 국민이 야당을 완전히 다른 눈으로 바라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