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부동산 3법(法)'을 오는 29일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부동산 3법은 분양가 상한제를 탄력 적용하는 주택법,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3년 유예하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 재건축 조합원에게 주택 분양을 3채까지 허용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등이다. 그동안 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했던 법안들이다. 부동산 3법이 시행되면 부동산 시장에 반짝 온기(溫氣)가 돌 수 있다.

그러나 부동산 3법 통과만으로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본격화된 부동산 시장의 하강(下降) 추세가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2010년 이후 4년 연속 하락했다. 올해 최경환 경제팀이 부동산 규제를 크게 완화하고 금리를 내렸어도 1% 안팎 올랐을 뿐이다. 2000년대 초·중반처럼 아파트 가격이 한 해 10~30%씩 뛰는 상황을 다시 겪기는 어려울 것이다.

집값, 땅값은 저출산·고령화라는 인구 구조 변화에 민감하다. 15~64세 생산가능인구는 2016년을 정점(頂點)으로 하락세로 돌아선다. 51~59세 베이비부머 세대 715만명의 은퇴도 본격 진행되고 있다. 은퇴 후 베이비부머 세대가 내놓는 주택과 토지를 지금 한창 돈벌이하는 30~40대(代)가 받아주지 못하면 부동산 시장은 줄곧 침체의 길을 걷게 된다. 주택 보급률도 2008년 이미 100%를 넘어 작년엔 103%까지 올랐다. 땅값은 1980년대처럼 연간 20~30% 오르는 급등세가 멈춘 지 오래다. 2008년 이후 최근까지 전국 땅값 상승률은 연 1% 정도다. 과거처럼 기업들이 투자한다며 사전에 땅을 매집하는 일도 거의 사라졌다. 주택·토지 시장이 밑바닥부터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주택 임대(賃貸) 시장도 큰 전환기에 들어섰다. 저금리 시대에 집주인들이 현금이 나오는 월세(月貰)를 선호하면서 20년 전 전체 가구 가운데 12%였던 월세 가구 비중은 최근 20%대 초반으로 늘었다. 반면에 30%쯤이던 전세 비중은 22%로 떨어졌다. 이렇게 전세 공급이 급감(急減)하고 있어 정부가 아무리 전세 대책을 세워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일본은 1996년부터 경제활동이 활발한 생산가능인구가 줄었다. 경기 침체와 인구 감소가 겹치면서 '부동산은 사두면 오른다'는 믿음이 붕괴되는 걸 예상치 못하고 구조조정을 미루다가 부동산 폭락의 재앙(災殃)을 맞았다.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도쿄 중심 땅값은 최근까지 5분의 1토막 났고, 도쿄 집값도 1990년 꼭짓점에서 5년 만에 33% 폭락했다.

우리가 일본처럼 부동산 시장 전체가 한꺼번에 붕괴되는 것을 막으려면 부동산 구조조정 대책을 지금 세워야 한다. 50대(代) 이상에게 집중된 주택 소유를 후대(後代)에게 분산시킬 방안을 찾아야 한다. 신규 주택을 대량 건설하기보다는 낡은 주택을 쉽게 리모델링하도록 허용해 주택의 질(質)을 높이는 쪽으로 주택 정책 방향을 틀어야 한다. 줄어드는 전세의 가격 상승을 억지로 막을 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월세 임대주택을 많이 지어 월세를 낮출 길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