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정준화 기자] 제작진은 이 작품을 완생이 아닌 미생으로 남기고 싶었던 걸까. '미생' 최종회에서 펼쳐진 요르단 신은 조금 어리둥절했다. 차에 치인 채 뒹굴다가 벌떡 일어나 추격전을 펼치고, 높은 옥상에서 다른 건물로 점프를 하는 장그래(임시완 분)의 모습은 바뀐 '2:8 가르마' 스타일처럼 멋있지만 낯설었다.
tvN 금토드라마 '미생'이 (극본 정윤정, 연출 김원석) 신드롬을 일으킬 만큼 화제로 떠오르고, 사랑 받은 비결은 실제 존재할만한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자세한 현실묘사와 거기서 오는 공감에 있었다. 매회 등장하는 빌딩 옥상과 사무실이 지겹지 않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극의 막바지에 등장한 요르단의 넓은 사막과 이국적인 그림은 영화 속 한장면처럼 근사하지만, 전혀 '미생'스럽지 않았다. 장그래가 제품 샘플을 훔쳐 달아난 서진상을 잡기 위해 요르단에서 펼친 추격신 또한 현실보다는 판타지에 가까웠다.
20일 오후 방송된 tvN 금토드라마 '미생'(극본 정윤정 연출 김원석) 마지막 회(20회)에서는 장그래가 오차장(이성민)이 새로 차린 회사에 입사해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장그래는 원인터네셔널 입사 동기들과 선차장 김대리, 천과장 등의 전폭적인 지지에도 결국 정규직 전환이 좌절 돼 퇴사하게 된다. 앞서 사직서를 제출한 오차장은 새 회사를 차리고 장그래를 스카웃한다. 여기에 김대리까지 회사를 그만두고 경력직 사원으로 입사, 영업3팀은 오차자장의 이상 네트워크에서 다시 뭉치게 된다.
재회한 세 사람은 부둥켜 안고 즐거워했다. 여기서 엔딩크레딧이 올라갔다면 어땠을까 싶다. 이후 이들에게 별안간 위기가 닥친다. 중국에서 개발 중인 휴대전화 케이스 샘플을 서진상이 빼돌려 도주했다는 것. 이에 장그래와 오차장은 요르단으로 향하고 장그래는 결국 서진상과 추격전을 벌인다.
제한된 방송 시간 탓일까. 서진상이 샘플을 빼돌린 사건이 어쩌다 발생했으며 얼마나 심각한 일인지, 왜 직접 그를 찾아나서게 됐는지 등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 갑자기 배경은 빌딩 숲에서 사막이 됐고, 회사원 장그래는 국정원 요원이라도 된 듯 뛰어다녔다. 차 앞 유리가 깨질정도로 차에 크게 부딪히고도 일어나고, 건물과 건물 사이를 뛰어 도망자를 따라잡았다. 그리고 심문까지.
장그래가 영어를 사용하는 장면에서 성장한 장그래의 모습을 보여주고자했던 의도는 노출됐지만, 꽤나 긴 시간을 사건의 개연성을 설명하기보다 액션 장면에 집중한 것은 제작진의 욕심이 만들어낸 '미생'스럽지 않은 장면이 아닐까 싶다.
물론 '미생'은 훌륭한 작품이고, 미래에도 회자 될 명작이다. 매회 다양한 주제의 에피소드로 시청자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선사했다. 사실적인 직장 생활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형성했고, 직장 내 정치, 갑과 을의 관계 등 현실을 고스란히 담아내는데도 성공했다. 그렇기에 설명이 부족하고 개연성이 떨어지는 요르단 신이 자아내는 아쉬움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 다된 밥에 재를 뿌린 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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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방송화면 캡처